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 정부 “다음주 고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일 01시 40분


[의료 공백 혼란]
복귀 시한 넘겨… 3월 의료대란 우려
정부 “4일부터 현장조사-면허정지”
‘전공의 대화’ 소수만 참석, 논의 답보
일부 복귀… 정부, 연휴기간 여지 둬

결론 못낸 정부-전공의 대화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회의실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위쪽 사진)과 한 전공의가 들어가고 있다. 박 차관이 제안한 이날 ‘전공의와의 대화’에는 전공의 대여섯 명만 참석했으며 
3시간가량 진행됐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끝났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결론 못낸 정부-전공의 대화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회의실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위쪽 사진)과 한 전공의가 들어가고 있다. 박 차관이 제안한 이날 ‘전공의와의 대화’에는 전공의 대여섯 명만 참석했으며 3시간가량 진행됐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끝났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정부가 복귀 시한으로 정한 29일에도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다수는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정부가 4일부터 면허정지 및 고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3월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7시 기준으로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997명(80.2%)이며 그중 9076명(72.8%)이 병원을 이탈했다.

복귀한 전공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병원 복귀가 확인된 전공의는 294명”이라며 “10명 이상 복귀한 병원은 10곳이었으며 66명이 복귀한 병원도 1곳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전공의 대부분은 여전히 병원을 이탈한 상태다.

정부는 예고한 대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연휴가 끝난 4일부터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면허정지 및 고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직원이 병원에 나가 채증을 통해 업무개시명령 위반 사실을 확인한 후 ‘면허정지 처분’ 사전 통지를 발송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고발도 진행된다. 다만 연휴 기간인 1∼3일에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선 “조치 여부를 추가로 판단하겠다”고 밝혀 복귀의 문을 완전히 닫진 않았다.

전공의 복귀에 희망을 걸었던 대형병원 사이에선 ‘3월 의료대란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수료를 앞두고 있어 병원에 남았던 레지던트 3, 4년 차 대부분의 계약이 29일 끝난 상황에서 3월 초 들어올 예정이던 신규 전공의 및 전임의(펠로) 예정자들이 대거 임용 포기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계약이 종료되면서 1일부터 수련병원의 인턴·레지던트·전임의가 사라질 것”이라며 “파국이 임박한 지금 대통령실이 (2000명 증원 재검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허심탄회한 대화로 오해를 풀자”며 전공의들에게 만남을 제안해 만났지만 참석한 전공의는 대여섯 명에 그쳤고 뚜렷한 결론도 내지 못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증원으로 의대 교육이 부실해지는 걸 막기 위해 현재 1286명인 지방거점국립대 교수를 2027년까지 2286명으로 1000명 늘리겠다고 밝혔다.

빅5 병원장들 “여러분 빈자리 너무 크다” 전공의 복귀 호소


부산대 25명 등 일부 복귀 움직임
정부, 4일 법절차前 추가 합류 기대
병원들 “내주 수술 더 줄여야할 수도”
정부 “국립의대 교수 1000명 증원”

정부와 각계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부분은 복귀 시한인 29일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소수지만 복귀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에 희망을 걸고 행정 처분과 사법 절차가 시작되는 4일 전까지 추가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대형병원 병원장들도 전공의들에게 간곡한 메시지를 보내며 마음을 돌리기 위한 막판 시도를 이어갔다.

● “복귀 움직임 조금씩 나타나”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공의가 복귀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근무지 이탈 비율이 이틀째 소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충북대병원의 경우 이날 오후까지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 124명 중 7명이 업무에 복귀했다. 제주에서도 전공의 107명 중 5명이 복귀했다.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은 사직서를 제출한 155명 중 레지던트 4년 차 25명이 29일부로 복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울산대병원에서도 일부 전공의가 복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체 전공의 중 20%가량인 전공의 2745명이 근무하는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에선 복귀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가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집계한 복귀자는 294명으로 복귀율은 2.4%에 불과하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9일 저녁 채널A 뉴스에 출연해 “이날 오후까지 (복귀 전공의가) 조금씩 늘었지만 아직 본격적 복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 대형병원장 “이제는 돌아와야 할 때”


빅5 병원 원장들은 잇달아 전공의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복귀를 호소했다.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과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장, 김은경 용인세브란스병원장은 29일 전공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여러분의 메시지는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됐다”며 “중증·응급을 포함한 많은 환자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설득했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도 이날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시간이 갈수록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이제 현장으로 돌아오셔서 환자들과 함께하며 마음을 표현해 주시길 간곡히 청한다”고 했다. 서울대·분당서울대·서울시보라매병원장도 전날 유사한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전공의 이탈이 이어질 경우 예상되는 미복귀자에 대한 처벌과 대형병원 의료대란을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현재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수술을 줄였는데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고 전임의 이탈 등이 현실화되면 다음 주에는 수술을 더 줄여야 할 수 있다”고 했다.

● ‘전공의와의 대화’ 참석자 대여섯 불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전날 제안해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사무소에서 열린 ‘전공의와의 대화’에는 전공의 대여섯 명만 참석해 3시간가량 진행됐다. 박 차관은 “참석자는 소수였지만 이해와 공감을 넓혔다”며 “의도치 않게 언론에 (시간과 장소가) 보도되면서 많은 전공의들이 못 오신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현재 1286명인 지방거점국립대 교수를 2027년까지 2286명으로 1000명 늘리겠다며 전공의와 전임의(펠로)들에게 ‘당근책’도 제시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도 100명 이상 늘릴 방침이다. 박 차관은 “(전공의와 전임의 등) 젊은 의사들에겐 국립대병원 교수가 되는 문을 넓히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복귀#정부#고발#면허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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