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째 비상근무 잇단 수술 취소…“남은 의료진 한계”

  • 뉴시스
  • 입력 2024년 3월 4일 1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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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복귀 최후통첩 시한 넘겨
"전공의 복귀까지 몇 달 걸릴 듯"
"남은 의료진 모두 한계인 상태"
수술·진료 밀릴까 불안한 환자들
전공의 72% 여전히 현장 이탈해

정부의 의과대학(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떠난 의사들이 2주째 복귀하지 않으면서 한계 상황에 내몰린 병원들이 잡았던 수술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최후통첩 시한을 넘기고도 계속되는 의사 집단행동에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4일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병원에서 뉴시스와 만난 의료진들은 지난달 20일 시작된 전공의 집단행동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선 병원은 전공의 사직 이후 교수들과 전문의·전임의(펠로우)가 응급실 등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비상당직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교수는 지친 얼굴로 “전공의 이탈로 업무량이 두 배 정도 많아져서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전공의 복귀는 본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안 오는 걸 어떻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하는 한 의료계 관계자도 “전공의 복귀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며 “담당 교수가 잡혀 있던 미팅 일정을 조율하는 걸 보면 몇 달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세브란스병원 소속 의료계 관계자도 뉴시스에 “지금 교수들과 전문의, 펠로우 모두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인 상황”이라며 “인력 이탈이 심한 외과 같은 경우는 하는 데까지 하려고 하지만 취소되는 수술이나 외래 진료 예약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펠로우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그만둔 과는 거의 마비 상태”라며 “어느 한쪽이 타협하지 않는 이상 상황이 빨리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실제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 예정이었던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이번 주 중반에 수술이 잡혀 있었는데 수술 5일 전인 지난주 금요일에 교수가 직접 전화 와서 취소됐다고 하더라”며 “다음 달에 외래 진료를 보고 다시 수술 날짜를 잡으라고 하는 데 또 한참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전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환자들도 의료 공백에 관한 불안감을 토로하며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속히 대치 상황을 풀 것을 촉구했다.

접수처 앞 의자에서 대기 중이던 황옥자(80)씨는 “뇌종양 약과 가슴 부위가 아플 때 먹는 약을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들러 처방받고 관련 검사도 해야 하는데 미뤄질까 봐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70대 김춘식씨는 “아내의 두 번째 유방암 수술이 26일이었는데 미뤄져서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답답하다”며 “의사들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하지 말고 제자리로 돌아와서 정부와 합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차선일(77)씨도 “딸의 난소암 수술이 교수 사정으로 인해 10일 정도 미뤄졌는데 암이 다른 데로 전이되거나 수술이 또다시 밀릴까 봐 불안했다”며 “(정부와 의사) 누가 나쁘고 착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는 최모(49)씨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물러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0명 증원을 점진적으로 해야지 한 번에 한다는 정부 방식이 잘못됐다”면서도 “의사 파업 역시 지지하지 않고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전공의 복귀 시한으로 정한 지난달 29일 기준 전체 전공의 71.8%(8945명)가 여전히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무개시명령 이후 복귀하지 않아 불이행확인서가 송달된 전공의는 최신 통계 기준 7000여명으로 파악됐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복귀하지 않은 7000여명의 전공의에 관해 면허 정지 등 행정·법적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이날부터 응급 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서울과 대전, 대구, 광주 총 4개 권역에 긴급 대응 응급의료상황실을 운영한다.

아울러 비상진료대책을 시행하기 위한 예비비 1200억원을 편성하고 PA(진료보조) 간호사 지침도 보완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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