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보호구역인 서귀포시 범섬에서 토끼 배설물과 굴 등이 발견되는 등 토끼가 대량 번식 조짐이 보이면서 ‘토끼 소탕’ 작전이 진행된다.
4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올해 범섬에 대량 번식하는 토끼들을 포획하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토끼가 대량 번식하면서 희귀종 자생식물 등의 잎과 뿌리를 갉아 먹어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범섬은 한라산국립공원, 곶자왈과 더불어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구역이다. 특히 희귀종인 후박나무 등이 자라면서 다양한 생태계를 자랑한다.
세계유산본부는 최근 진행한 천연기념물 범섬 식생에 대한 관찰 조사 결과, 북서쪽 평지 대부분 식생이 굴토끼 먹이 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에서 자라는 참으아리, 개머루 등 초본(풀)이 토끼 먹이활동으로 피해를 보았고, 우묵사스레피나무, 예덕나무, 느티나무 등에도 토끼가 갉아 먹은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또 범섬 곳곳에서는 토끼 배설물과 굴도 발견됐다.
토끼(굴토끼)는 생후 4개월부터 임신이 가능하고 1년에 4~8회, 한 번에 3~9마리를 낳아 번식력이 강해 개체수 조절이 힘들다.
세계유산본부는 조만간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연말까지 포획을 벌일 계획이다. 주로 포획 틀을 이용하지만, 생포가 여의치 않을 경우 덫이 동원될 가능성도 있다. 생포된 토끼들은 유기동물보호센터 등으로 옮길 예정이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범섬 내 토끼가 수십 마리가 있어 보이나 정확한 개체 수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다만 범섬 생태계가 토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식생 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번 토끼 포획 작업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1950년대부터 범섬에는 일부 주민이 살면서 토끼와 염소가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시는 토끼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2002∼2004년 범섬 내 토끼 포획작업을 했다. 토끼와 같이 서식하던 염소 수십 마리는 당시 포획으로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에서는 문섬과 차귀도에서도 토끼가 급속히 번식해 포획이 이뤄진 바 있으며, 비양도에서는 염소 개체 수가 늘어 포획이 진행된 바 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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