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공의 위주 병원구조 바로잡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7일 03시 00분


중대본 첫 주재 “집단행동 엄정대응”
의료계 “수가 개선 말로만 하지말라”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전공의 병원 이탈 사태 후 처음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했지만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의사단체가 주장하는 의대 증원 반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전공의 병원 이탈 사태 후 처음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했지만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의사단체가 주장하는 의대 증원 반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자유주의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불법 집단행동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의사단체의 반발에도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 생명권을 침해하는 불법적 집단행동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며 “정부 조치는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게 아니라 헌법에 따른 국가의 책무와 국민 생명권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단체가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정부의 강경 대응을 ‘인권 탄압’이라고 주장하자 정부 강경 조치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이후 처음 주재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대의 교수당 학생 수, 변호사 및 의사 수 증가 폭 등을 거론하며 의사단체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동시에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전공의 위주의) 병원 운용 구조를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전문의 중심으로 인력구조를 개편하고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시한(지난달 29일)까지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수가 체계를 개선하지 않아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외면하게 만들고 대형 병원이 값싼 전공의에게 의존하게 만든 건 정부”라며 “수가 개선을 말로만 하지 말고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尹 “의대정원 2.2배 늘때 변호사 30배”… 의료계 “보상체계 개선을”

[의료공백 혼란]
의료 혼란 중대본 회의 첫 주재
“의료비 511배 증가때 의사는 7배”… 숫자 앞세워 증원 반대 근거 반박
의료계 “기초의학 분야 교수 부족… 수가 개선 재원 조달책 제시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및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두 차례에 걸쳐 약 16분 동안 의료 공백 사태를 언급했다. 또 의사단체가 주장하는 의대 2000명 증원 반대의 근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 “의료비 511배 증가할 때 의대 정원 2.2배”
윤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에서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했지만,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의료 수요가 폭증한 것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같은 기간 의대 정원은 2.2배 증원됐는데 전체 대학 정원은 7.5배 늘었고 배출되는 연간 변호사 수도 30배 늘었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전국 어디서나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의료 서비스는 오히려 후퇴했다”고 했다.

의대 정원을 당장 내년부터 현재 3058명에서 2000명(65%) 늘릴 경우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닌 틀린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당 평균 (학생) 정원은 독일 243명, 영국 221명, 미국 146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77명”이라며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정원도 평균 1.6명에 불과해 법정 기준인 8명에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또 울산대 의대의 경우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0.4명이고 성균관대 의대의 경우 0.5명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의대 증원 논란에서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강해 구체적인 수치 등을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 “기초·필수 분야 교수 확보가 문제”
이날 윤 대통령은 “수련 과정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국민 모두가 마음을 졸이고, 국가적 비상의료 체계를 가동해야 하는 현실이 비정상적”이라고도 했다. 전공의 근무 환경 개선 및 전임의 중심 병원 정착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대형 병원이 젊은 전공의들의 희생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병원 운영 구조를 반드시 바로잡고 개혁하겠다”고도 했다.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난도가 높은 중증 심장질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지방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의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며 가장 시급한 (필수의료) 분야부터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의사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이 언급한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GDP나 의료비가 증가한 만큼 의사 수가 늘어야 한다는 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같은 논리라면 물가 상승률만큼 수가를 올려줘야 하는데 정부는 그만큼 보상 체계를 개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의대 기초의학과 교수는 “의대 교수 수가 전체적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필수의료나 기초의학을 가르칠 교수는 절대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의사들 사이에선 정부가 제시한 필수의료 지원책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과 교수는 “필수의료 수가 개선을 위해선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수가와 함께 의료진 개인에 대한 보상과 병원 운영비 지원 등 다각적 대책이 마련돼야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병원구조#의사 집단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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