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가는날 쓰러진 30대 엄마, 5명에 새 삶 주고 하늘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8일 0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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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사랑했던 평범한 어머니의 특별한 생명 나눔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아픔으로 평범한 생활을 못한 이식 대기자에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 가족 분들에게도 위로를 드렸으면 좋겠어요.”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난 원인애 씨(36)의 남편 조성현 씨는 기증을 동의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원 씨는 지난달 28일 성빈센트병원에서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했다.

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원 씨는 10년 전 모야모야병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하다가 지난달 16일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이날은 원 씨가 남편 조 씨, 두 자녀 윤재, 윤호와 가족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조 씨는 키즈 카페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귀가해 쓰러진 원 씨를 발견했다. 원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원 씨의 가족은 의료진에게 회생 가능성이 작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증을 동의했다. 누워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새 삶을 선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원 씨는 경북 구미에서 2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내향적이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요가와 필라테스를 즐겨하며 건강을 챙겼고 드라이브와 꽃구경을 좋아했다.

조 씨는 원 씨에게 “함께 해줘서 고맙고 우리 윤재, 윤호 너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었으면 좋겠어. 내가 우리 애들 남부럽지 않게 잘 키울게. 매일 생각하며 살 순 없겠지만 항상 마음 속에 자기 이름 새기면서 살아갈 테니 하늘에서 잘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삶의 마지막 순간 다른 누군가를 위해 기증하자고 약속한 기증자와 그 약속을 이뤄주기 위해 기증에 동의해 주신 기증자 유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소중한 생명 나눔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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