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조장한 혐의를 받는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9일 경찰에 출석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노 전 회장을 마포구 청사로 불러 조사 중이다.
노 전 회장은 오전 9시 35분경 청사 앞에서 “선배 의사로서 전공의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페이스북을 통해 표현한 것 외에 전공의 단체나 개인과의 소통은 물론 의사협회와도 아무런 접촉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전·현직 의협 간부가 고발된 것을 두고 “독재국가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단순한 의사 표명을 범죄로 간주하고 보건복지부가 저를 경찰에 고발해 출장 후 돌아오는 공항에서 압수수색을 당했고 의사 면허 취소에 대한 협박을 받아왔다”며 “이 같은 정부 모습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생각하지만 힘없는 일개 시민인 제가 국가 권력에 저항할 힘은 없다. 성실하게 조사받겠다”고 말했다.
최근 의협이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를 압박하기 위해 ‘전공의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만약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논의돼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노 전 회장은 “저는 비록 10년 전 의사협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현재 발생하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 현장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의료계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의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현재의 사태로 인해 불편과 피해를 겪고 계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건강권을 침해받은 국민”이라며 “정부 정책으로 인해 필수의료에 종사해 왔던 의사들이 좌절감을 느끼며 현장을 떠나고 있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필수의료를 멸절의 위기에 처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의사가 나서서 정부의 대규모 증원 정책을 강력히 반대하는 건 이 정책이 대한민국 의료를 근본적으로 붕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평균 증가 수치의 2배가 넘지만, 정부는 이런 정보는 절대 국민에게 전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 교사·방조 혐의로 의협 관계자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 대상은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강원도의사회장),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노 전 회장 및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다.
정부는 이들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해 집단행동을 교사하고 방조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병원의 업무도 방해받았다고 판단했다.
주 위원장은 지난 6일 경찰에 출석해 10시간가량 조사받았다. 경찰은 오는 12일 김 위원장과 박 위원장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임 회장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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