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병원 이탈이 4주째로 접어들며 장기화되자 정부가 “지금이라도 복귀할 경우 선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공백으로 환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사후 구제나 선처는 없다”는 기존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KBS 라디오에 나와 “행정 처분 절차가 완료되기 전 복귀하시는 전공의에 대해선 적극 선처할 계획”이라며 “빨리 의료 현장으로 복귀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행정처분 예고 전이나 진행 중에 복귀하면 정상 참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8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는 1만1994명이다. 이 중 업무개시명령 대상이 아닌 신규 인턴 예정자를 제외한 9000여 명이 3개월 의사면허 정지 대상이다. 복지부는 8일까지 이 중 4944명에 면허정지 대상이라는 사전통지서를 보냈으며 나머지에 대해서도 이번 주 내 발송을 완료할 방침이다.
정부는 사전통지서를 받기 전이나 통지서를 받은 후 20일 동안의 소명 기간에 복귀할 경우 면허 정지 기간을 줄여주거나, 아예 면허 정지를 안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정부는 현장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들이 불이익을 입는 걸 막기 위해 12일부터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원하는 경우 다른 수련병원으로 재배치도 해 준다.
한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70대 담도암 환자의 경우 지난해 10월 암 진단을 받고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했으나 전공의 병원 이탈이 본격화된 지난달 20일부터 “병원을 옮겨 달라”는 말을 듣고 요양병원으로 옮긴 다음 날 새벽에 사망했다고 한다. 식도암 4기 환자의 보호자는 “대형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심각한 상태’라고 하면서도 현재의 의료 사태로 입원도 치료할 여력도 없으니 알아서 병원을 알아보라고 했다”며 “길바닥으로 내쫓긴 심경으로 진료실을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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