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하철 열차 내에서 방화를 시도하고 도주한 남성이 부산역을 배회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방화미수 혐의로 50대 남성 A 씨를 긴급체포해 수사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9일 낮 12시경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인근을 지나던 전동차 안에서 종이에 불을 붙여 좌석 아래로 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지하철 내 폐쇄회로(CC) TV를 보면 A 씨는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이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좌석 아래로 넣었다. 그런 뒤 다리를 꼬고 태연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다만 불붙은 종이는 불연 소재 좌석 밑에서 사그라들어 실제 화재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불연 소재가 아니었다면 큰 사고로 번질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누군가 불을 지르려 한다”는 신고를 받은 역무원이 다음역인 명륜역에서 전동차에 올라탔을 땐 놀란 승객들이 좌석에서 일어나 전동차 한쪽에 모여 서서 불안한 시선으로 A 씨를 지켜보고 있었다.
A 씨는 실랑이를 벌이다가 다음역인 동래역에서 역무원을 밀치고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은 부산대역부터 동래역까지 6분 넘게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경찰은 형사 기동대 등을 투입해 다음 날 낮 1시경 부산역에서 배회하고 있던 A 씨를 검거했다.
A 씨의 가방 안에선 명함 두 개 크기로 자른 복사지 18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횡설수설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술 안 마셨고, 약 한 것도 없고 동기라든지 이런 거는 이제 대화할 수준이 안됐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2년 전에도 한 편의점 앞에서 방화를 시도했던 걸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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