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군의관 “의료진 파견, 효과 미미…지방 의료만 후퇴”

  • 뉴시스
  • 입력 2024년 3월 13일 05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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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의, 병원서 필요한 진료과는 적어 효과 미미"
"차출 군의관은 행정 중심으로 군 의료 부담 적어"
"병원 떠난 전공의들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 높아"

“섬에 있는 보건소 등 고품질 의료 서비스가 닿기 어려운 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공중보건의(공보의)입니다. 이들을 서울에 있는 빅5 병원에 보내 놓으면 당장 지역 의료는 누가 담당하겠습니까. 한 달 단위로 보건소에서 고혈압 약을 받아 드시는 어르신들은 이제 누가 해결해 줄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지금 조치는 결국 지방의료 인력을 빼다가 서울 의료를 메꾸겠다는 것입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사직이 장기화한 가운데 정부는 군의관·공보의를 의료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군의관 20명과 공보의 138명이 전국 20개 병원에서 파견 근무를 시작했다. 파견 근무를 바라보는 현직 군의관과 공보의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 12일 현직 군의관 A씨는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공보의 3000여명 가운에 치과의사, 한의사를 제외한 1500명 중에서 일반의가 아닌 전문의는 450명 정도”라며 “이 가운데 30% 가량을 빼가면 지방의료는 그만큼 후퇴한다”고 밝혔다.

군에서 수요가 많은 내과, 외과 등을 제외한 마취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성형외과 등이 공보의로 많이 가는데, 지방 의료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A씨는 “공보의 구성은 현재 대학 병원에 필요한 과도 적을 뿐더러, 정작 지방 의료는 제 기능을 못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수도권 의료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주변에 다른 군의관이나 공보의 모두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의관 차출로 군 의료 체계에 타격은 없는지도 물었다. A씨는 “군의관 파견은 20명으로 당장의 부담은 없다”며 “현재 차출 군의관을 보면 큰 부대에서 주로 행정 쪽 업무를 맡고 있어서 일선 부대 의료 체계에 큰 영향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2020년 전공의 단체 행동 때와 현재 전공의 집단 사직은 다른 문제라고 봤다. 그는 “2020년 당시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굉장히 지쳐있는 상태에서 조민과 관련한 의대 부정 입학 이슈, 공공의대 설립 등 ‘저렇게 의사를 만드는 것이 정의로운일인가’에 대한 반발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공의 집단 사직에 대해서 그는 “의정협의체에서 증원 규모에 대해 한 번도 논의한 적이 없다가 총선 2개월 전에 2000명 규모의 증원을 발표했다”며 “강력한 의료계의 반발을 예상 못 했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떤 여당이나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하는 것을 봤을 때 의도가 분명하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가 해결되면 전공의들은 병원으로 돌아올까. 그는 “후배 의사들을 만나봤을 때 돌아올 것 같지 않다”며 “필수의료에 나가있는, 예를 들어서 내과나 외과 계열 또는 흉부외과를 택한 의사들은 사실 돈을 보고한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는 “필수 진료과 의사들이 지금 낙수 이론에 의해서 충원돼야 하는 과 취급을 받다 보니 마음을 많이 다친 상태”라며 “이제 돌아올 의지가 많이 상실된 상태이기 때문에 호황을 이루는 미용 시장을 택하거나 전공을 바꾸는 등 돌아가지 않을 확률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의 쟁점인 낙수 효과에 대해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필수 진료과 의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면 모두 피부과, 성형외과를 할 것이라는 주장은 거짓말이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A씨는 낙수 효과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증원한다고 하더라도 소아과 지원율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희망적으로 지원율이 늘어난다고 해도 돈도 안 되고 사명감마저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의사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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