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공의 파업에 재판 지연 우려…행정법원, ‘의료감정비’ 증액 기준 마련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9일 15시 25분


뉴시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사들의 ‘의료 감정’이 필요한 재판의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의료감정비를 증액하는 등 재판 지연으로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9일 법원 내규를 개정해 병원에 의료 감정을 요청할 때, 감정 문항 수에 따라 의료감정비 증액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대법원 예규에 따른 진료기록 감정료는 60만 원으로, 감정서 배출의 신속성, 감정의 문항의 수 등을 참작하여 감정료를 증액할 수 있다. 행정법원에서는 이를 구체화하여 감정의 문항 수가 10개를 초과할 때는 매 5문항마다 20만 원의 감정료를 증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감정의 난이도에 따라서도 증액할 수 있다.

교통 사고 등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사건이나 행정법원에서 다루는 산업재해 사건을 판결하기 위해선 의사들의 의료 감정이 필수적이다. 사건·사고로 인한 재판 당사자의 신체적 피해 여부와 정도를 입증한 감정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감정은 낮은 감정료, 감정의 부족 등의 이유로 회신이 지연되거나 감정을 거부 당하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민사 사건을 담당하는 한 판사는 “병원에 감정 요청을 보내면 3번은 거절당하고 1, 2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2년 의료감정이 진행된 손해배상 선고건 중 10건은 2016년, 17건은 2017년, 64건은 2018년 소가 제기된 사건으로 통상 민사 판결 선고 기간을 상회하는 상황이다.

특히 의대 교수들도 25일부터 순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학병원 등 3차 병원에서만 이뤄지는 의료 감정 회신 지연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의료감정 지연으로 재판 당사자들의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감정 비용 증액을 통해 적정하고 신속한 감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법원 내 의료감정원 도입을 통해 재판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병원에서 감정 회신이 지연되면서 몸이 아픈 채로 재판이 몇 년 동안이나 길어져 힘들어하는 당사자가 많다”며 “감정비를 적절한 수준으로 증액한다면 신속한 회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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