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20일 전국 40개 의과대학 정원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사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당장 오는 20~22일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선거와 25일부터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의대 교수들 결심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19일 국무총리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의대증원분 2000명에 대한 대학별 배정 작업을 마무리해 20일 오후 이를 공식 발표한다. 2000명의 80%를 비수도권에, 20%를 수도권에 배분하는 방안이 유력한 가운데 대학별 배분 정원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통해 “증원을 늦추면 늦출수록 그 피해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증원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또 “지금도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대 증원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 증가분 2000명을 비수도권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대폭 배정해 지역 필수의료를 강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국 의대 최종 모집 정원은 통상 매년 5월 발표되는 ‘신입생 모집 요강’에 반영된다.
의대 학장 등 의료계는 통보받는 입장인지라 증원 결정을 되돌리기 힘들다.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들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최근 교육부·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2000명 증원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를 제기했지만, 정부의 행정절차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의교협은 이번 증원 방침이 현행 고등교육법을 위배해 무효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등교육법은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입학 연도 1년 10개월 전까지 공표하도록 해 2025학년도 대입전형 계획은 이미 지난해 4월 발표됐다.
다만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변경할 수 있고 대학별 정원은 이 절차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전의교협은 증원 방침이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고, 교육부는 이번 증원이 예외 사유의 일종인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증원 조정’이라고 맞선다.
의대 교수들은 미복귀 전공의의 행정처분과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의 유급을 막아낼 수단으로 집단사직을 감행하겠다는 구상이다. 2000명 증원 방침 등에 실망한 채 떠난 상당수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도 어려울 거라 전망한다.
경기도 소재의 한 대학병원 필수진료과 교수는 뉴스1에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그 어떠한 복귀의 명분을 주지 않고 있다. 어설픈 타협은 오히려 죽도 밥도 안 됐을 테고 정부에는 빠른 발표밖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안다면 협상을 제안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충북대의대·병원 교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장환 심장내과 교수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전공의와 의대생이 왜 복귀를 못 하는지 묻는다면, 입장을 바꿔 질문하는 이가 의대생이나 전공의라면 복귀를 할 수 있는 정부의 태도인지 생각해 보면 된다”고 반문했다.
서울의대와 연세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각각 전날 총회를 열어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15일 온라인 회의를 열고 25일 사직서를 내기로 합의했다.
당시 회의에 참여한 의대는 총 20곳이었고 그중 16곳은 설문조사에서 사직서 제출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라 대학별로 사직서 제출을 결정했다. 20일 정부 발표를 계기 삼아 각 대학의 집단사직 결의와 동참하려는 교수들은 늘어날 수 있다.
부산의대 교수협의회 역시 이날 부산대 양산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사태가 지속될 경우 내년 대학 현장 역시 예과 1학년에 유급생과 신입생을 합쳐 현재의 3배 가까운 학생이 함께 교육받아야 할 것”이라며 오는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의대 교수협의회는 “입시 현장에서는 의대 블랙홀 사태가 유발돼 과학·공학 계열 인재 육성에 심대한 악영향을 초래한다”며 “필수의료를 담당해 온 교수와 전공의의 호소를 무시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을 고집하는 정부에 의한 자유민주주의 파괴에 저항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20~22일 의협은 전자투표로 제42대 회장 선거를 치른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다득표자 2명을 두고 25~26일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교수들까지 집단사직에 나서고 의협도 꾸준히 총결집을 통한 증원 철회를 강조해 차기 수장은 ‘강경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도 힘들어질 수 있다. 현 상황에서 뚜렷한 중재자가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의료계와 언제든지 조건 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다.
박 차관은 의대 교수들에게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설득을 거듭 부탁하면서 “정부의 무릎을 꿇리려 하는 이런 행동에 대해 국민은 납득하지 못하고, 나아가 분노하고 있다. 국민 실망과 분노를 가벼이 여기지 말고 전공의가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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