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원대 사기를 친 지명수배범이 잃어버린 가방을 찾겠다며 제 발로 경찰서를 찾아갔다가 그대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 마포경찰서 교통정보센터 앞에 한 남성이 서성였다. 남성은 문 앞에서 머뭇거리다 경찰이 문을 열어주자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전날 가방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남성이 잠시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사이 한 경찰관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식사하러 나갔던 경찰관들이 우르르 몰려와 수갑을 채웠다.
이 남성은 22억 원대 사기 혐의 지명수배범 A 씨였다. 그는 지난달 29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 중이었다. 그러다가 마포의 한 식당 앞에서 휴대전화와 지갑 등이 든 서류 가방을 분실했다.
길에 떨어진 가방을 환경미화원이 주워 가져왔는데, 경찰은 분실물을 살피다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가방에는 유심칩이 없는 휴대전화, 다른 사람 명의의 신용카드 여러 장이 들어 있었다. 게다가 가방을 찾아가라는 경찰의 연락에도 주인은 “택배로 보내달라”며 방문을 꺼렸다.
단순한 분실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경찰은 신원조회를 해 그가 지명수배범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가방을 되찾으려 제 발로 경찰서에 들어온 A 씨는 경찰에 체포된 뒤 곧바로 전주지검에 넘겨졌다. 검찰은 A 씨와 업체 관계자 2명을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A 씨는 전북 전주에서 ‘투자 리딩방’을 운영하며 피해자 50여 명의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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