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070 국제 전화번호를 010으로 조작하는 중계소를 국내에서 운영한 외국인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20일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수민)은 지난해 5월부터 서울 관악구 등에 변작(발신번호 조작) 중계소를 차려 보이스피싱 조직이 총 170명으로부터 약 54억 원을 뜯어내도록 도운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로 중국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이티 등 국적의 외국인 21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조직은 여러 개의 유심칩을 장착해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보이스피싱을 도운 뒤 약 4억5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거 과정에서 압수한 유심칩이 8000개가 넘었다. 이들은 변작 말고도 범죄수익 환전과 수당 지급, 부품 관리 및 배달 등으로 역할을 나눠 점조직 형태로 범행했다. 검거를 피하기 위해 중계기 부품과 수당을 ‘던지기’ 수법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던지기는 우편함, 분리수거장 등에 물건을 놓아두고 받는 사람이 찾아가게 하는 전달 방식이다.
조직원은 주로 불법 체류자이거나 난민 신청자였다. 경찰 수사로 인해 조선족 조직원 모집이 어려워지자, 국내에서 정상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태국인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 등을 모집했다. 이들은 가담 기간이 길수록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일에 따라 매주 50만∼100만 원의 수당을 나눠 받았다. 다만 이들의 총책과 일부 간부는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검찰은 총책의 신원을 특정하고 추적 중이다. 김수민 단장은 “이젠 010으로 걸려온 번호도 보이스피싱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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