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루원복합청사’ 입주 논의에
“원도심 살린다며 공기업 빼가나”
건축비 등 iH 재정 악화 우려도
최종 이전 여부는 내달 말 결정
인천시가 내년 준공 예정인 서구 ‘루원복합청사’에 인천도시공사(iH)의 이전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 청사가 있는 남동구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시가 원도심을 살린다면서 원도심에 위치한 인천 대표 공기업인 iH를 서구로 이전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여기에 부채중점관리기관인 iH가 루원복합청사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토지비와 건축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청사 이전 비용만 3000억 원 추산
인천시는 공공시설 재배치 방안에 따라 2025년 준공 예정인 서구 가정동의 루원복합청사로 iH를 이전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애초 루원복합청사로 이전하기로 정해졌던 공공기관 9곳 중 인천연구원, 인재개발원, 인천관광공사의 이전 계획이 무산되면서 iH가 공실을 채울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여기에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인천 서구에 출마하는 일부 후보가 iH 청사 루원복합청사 이전을 공약으로 내건 상황이다.
그러나 iH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iH의 루원복합청사 이전은 녹록지 않다. iH의 2022년 결산기준 부채비율은 199%, 지난해 결산 기준 부채비율은 195%다. 행정안전부 부채 중점관리제도 부채비율 기준인 200%의 문턱에 서 있는 상황이다. 전년도 결산 기준 부채 규모 1000억 원 이상 또는 부채비율 200% 이상인 공사 및 출자·출연기관은 ‘부채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된다.
루원복합청사로 이전하는 비용으로는 약 3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땅값이 2000억 원, 청사 건축비 1000억 원이 청사 이전에 필요하다. 문제는 지방공사채 발행 및 운영기준에 따라 신축 청사 비용 마련을 위한 공사채 발행은 불가하다는 점이다. iH 관계자는 “청사 매입을 이유로 공사채 발행을 할 수 없어 이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모아 놓은 현금 자산을 써야 한다”며 “토지 판매 자금과 분양 대금을 가져다가 청사 건립 비용으로 쓸 경우 현금 유동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iH는 부채비율을 해마다 10%씩 낮춰 2027년 153%로 낮추는 등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청사 이전 검토에 뿔난 남동 주민들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 씨(59)는 “지난해부터 가뜩이나 매출이 줄어 걱정이 큰데, iH가 루원복합청사로 이전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iH는 직원이 400여 명에 이르고 방문객이 하루 200여 명에 달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구내식당을 운영하지 않아 청사 주변 식당, 커피숍 등을 이용한다. 이 때문에 2019년 iH 이전 검토가 쟁점화됐을 때도 지역 상권 위축을 우려한 남동구와 만수동 주민들의 반대가 컸다.
남동구 만수동에서 45년간 살았다는 윤모 씨(66)는 “서구는 인천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이라 인구도 늘고 있는데 원도심에 있는 iH를 이전하겠다는 건 지역 이기주의”라고 주장했다. 만수동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모 씨(58)도 “iH마저 빠져나가면 인근 지역 상권은 모두 다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시는 iH의 루원복합청사 입주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관련 용역에 따르면 iH가 만수동에 그대로 남아 있는 방안과 루원복합청사 입주안, 다른 공공기관에 이전하는 방안도 있다는 것이다. iH의 루원복합청사 입주 여부는 4월 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iH 관계자는 “유정복 인천시장의 결정에 따라 iH 청사 이전 여부가 사실상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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