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주니어를 위한 사설 따라잡기]‘국왕도 며느리도 암’ 신비주의 포기한 英 왕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영국 윌리엄 왕세자의 부인 캐서린 왕세자빈(42)은 영국인들에게 왕실의 완벽함을 상징해 온 인물이다. 캐서린은 6년 전 셋째인 루이 왕자를 낳은 날 출산 7시간 만에 빨간색 드레스에 하이힐 차림으로 병원을 나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첫째 조지 왕자, 둘째 샬럿 공주가 태어난 날에도 캐서린은 말끔하게 단장한 모습으로 등장해 로열 베이비를 건강하게 출산한 세손빈으로서 대중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그가 22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메시지는 영국은 물론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1월 복부 수술 후 검사에서 암이 발견돼 화학치료를 받고 있다.” 암의 종류나 단계를 밝히진 않았지만 암 진단 사실을 직접 공개한 것이다. 왕실 인사들의 건강 상태를 공개하는 건 오래전부터 왕실의 금기였다. 약한 군주로 비쳐 외세 침략의 빌미가 될 수 있고, 대내적으론 민심의 혼란을 부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왕실의 신비주의가 그런 명분으로 유지됐다. ‘군주제는 대낮의 햇빛을 받으면 마법이 사라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48년과 1950년 임신을 했을 때 왕실은 “여왕이 흥미로운 상태(interesting condition)에 있다”고만 했고, 여왕의 어머니가 1960년대 암을 앓았던 사실도 40년 뒤에야 전기 작가를 통해 알려졌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지난달 암 투병 사실을 공개했을 때 역사학자들이 “다른 군주들은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발표가 나온 데에는 국민들이 왕족의 ㉠일거수일투족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왕실의 치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는 환경에서 암을 숨기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왕실 신비주의가 통하기 어려운 요즘 왕족들은 사치와 안락함을 누리는 대가로 대중의 동경과 비난을 한 몸에 받는 공적인 존재가 됐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왕관의 무게를 견딘다는 건 사생활의 자유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도 포함한다. 다만 산악자전거를 타고 럭비를 즐길 정도로 건강했던 캐서린 왕세자빈의 부쩍 수척해진 얼굴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만들어진 이미지의 완벽한 왕실보다 국왕과 며느리가 줄줄이 암 치료를 받게 된 진솔한 모습의 왕실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동아일보 3월 25일자 신광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칼럼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
1. 윗글을 읽고 보일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세요.
① 군주의 건강 상태는 국가 안팎의 평화를 좌우할 만큼 매우 중요한 사안이군.
②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캐서린 왕세자빈의 암 투병 사실 공개는 이례적이군.
③ 왕실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신비로운 이미지를 유지하기 더욱 편리해졌겠군.

2. 다음 중 윗글의 ‘㉠일거수일투족’의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세요.
① 한 마디 말과 반 구절이라는 뜻으로, 아주 짧은 말을 이르는 말
② 손 한 번 들고 발 한 번 옮긴다는 뜻으로, 크고 작은 동작 하나하나를 이르는 말
③ 한 오라기 실도 엉키지 아니함이란 뜻으로, 조금도 어지러운 데가 없음을 이르는 말
#신문과 놀자!#주니어를 위한 사설 따라잡기#영국#캐서린 왕세자빈#암 투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