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포∼송정 구간 전망대 공사로
작년부터 기존 산책로 폐쇄 조치
우회길 가팔라 펜스 넘는 사람 많아
해운대구 “내달 말 우선 개방할 것”
“펜스를 넘었지.”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월전망대 신축 공사 현장 앞. 출입이 금지된 철길을 걷는 70대 남성에게 “어떻게 들어간 것이냐”고 묻자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이 남성은 “미포에서 청사포까지 자주 산책하는데, 해월전망대 조성 공사로 산책길이 막혀 어쩔 수 없이 철길에 들어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철길로 관광객을 태운 ‘해운대 해변열차’가 매일 수시로 운행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이곳 미포∼송정 구간 4.8km 철길 옆에는 산책길(그린레일웨이)이 나란히 조성돼 있다. 철길과 산책길 사이에는 사람 출입을 막기 위한 성인 가슴 높이의 철제 난간이 있다. 또 ‘무단출입 금지’ 등의 경고 문구도 곳곳에 부착됐다. 하지만 난간을 넘어 철길을 걷는 이는 이 70대 남성 외에도 더 있었다. 공사로 막혀 있는 기존 산책길 대신 달맞이 고개인 ‘문탠로드’로 우회하라는 안내표지판이 설치됐으나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철길을 걸었다. 미포와 청사포를 도보로 오가기에 급경사인 문탠로드 우회로보다는 평지인 철길이 더 편한 까닭이다. 인근 주민 박모 씨(60)는 “혹시나 사람이 열차에 치이는 사고가 나지 않을까 늘 걱정”이라며 “해월전망대 공사가 빨리 끝나고 산책길이 다시 열려야 이런 모습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위험한 모습이 자주 연출되는 건 해월전망대 설치 공사가 장기화하면서 기존 산책길이 통제됐기 때문이다. 해월전망대는 그린레일웨이 산책길에서 바다 방향으로 돌출되는 방식으로 조성될 스카이워크다. 관광객이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폭 3m의 전망대 상판이 137m 구간에 U자형으로 이어진다. 해운대구는 지난해부터 해월전망대 신축과 2017년 설치된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개보수를 진행 중이다. 약 200억 원이 투입되는 두 공사는 해운대와 송정해수욕장 간 연안 정비사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U자형 전망대 상판의 양쪽 끝 지점을 기존 산책길에 연결해야 공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기에 기존 산책길이 통제되고 있는 것.
애초 해운대구는 지난해 9월 전까지는 해월전망대 상판을 설치하고 산책길을 개통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를 올해 3월 말로 한 차례 연기하고도 이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월전망대 주탑은 1월경 설치가 끝났으나 상판 공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운대구는 기상 여건 탓에 서둘러 공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해월전망대 상판 설치 작업은 바다 위에서 시행해야 하는데, 파도가 높은 날이 많아 공사에 나설 수 없었다는 것. 청사포 다릿돌전망대도 같은 이유로 1월경 주탑 설치를 끝내 놓고 상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제작이 완료된 상판을 바지선을 통해 해상으로 해운대까지 끌어와 크레인을 통해 설치해야 한다”며 “적어도 8일 연속으로 파도가 낮고 쾌청한 날씨가 이어져야 이 작업을 할 수 있지만 1월부터 최근까지 궂은 날씨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현재 해월전망대의 상판은 경남 마산항, 다릿돌전망대 상판은 전북 군산항에 있다고 한다. 해운대구는 늦어도 다음 달까지 상판 설치 공사를 끝낼 예정이다. 디자인 작업 등의 모든 공사를 끝내고 전망대를 개방하는 시점은 6월로 잡고 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4월 말 상판 설치가 끝나면 우선 산책길을 개통할 계획”이라며 “그전에 산책길 관리인력 등을 배치해 철길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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