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 11시간 파업]청소-경비원, 일자리 잃을까 불안
“파업 알았으면 건물지하서 잤을것”
일용직 결원에 일부 공사도 멈춰
28일 오전 4시에 시작된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11시간 만에 종료됐지만, 지하철도 다니지 않는 새벽에 출근하는 건물 청소원과 경비원, 일용직 근로자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에서 10년 넘게 청소미화원으로 근무해 온 김모 씨(70)는 이날 출근길에 일당 5만5000원의 절반에 가까운 2만6000원을 내고 택시를 타는 ‘사치’를 부려야 했다. 평소 타던 버스가 파업으로 멈췄기 때문이다. 김 씨는 “버스가 안 다닐 걸 어제 알았으면 차라리 건물 지하 4층 휴게실에 가서 잤을 텐데요”라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가 평소 타는 640번 버스는 지하철 첫차(오전 5시 40분)가 다니기 전인 오전 4시 20분부터 양천구 신월동과 강남구 강남역을 오간다. 고 노회찬 의원이 “강남 빌딩에 출근하지만 투명인간으로 사는 청소근로자가 타는 버스”라고 한 6411번(양천구 신정동∼강남구 선릉역)처럼 도시 하층민에게 유일한 새벽 출근 수단이다. 민생행보에 나선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1월 타고 나서 첫차 시간을 오전 3시 50분으로 앞당긴 8146번(노원구 상계동∼강남구 강남역) 버스 등도 운행을 멈췄다.
일자리를 잃을까 봐 불안에 떠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양모 씨(70)는 “지하철 첫차를 기다리느라 30분 지각했다. 해고당할까 봐 식은땀을 흘렸다”고 했다.
일용직 근로자들이 새벽에 인력소개소에 집결하지 못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현장도 있었다. 광진구 자양동 한 인력개발소는 이날 일용직 30명 중 20명이 출근하지 못해 공사 현장 15곳 중 9곳에 인력을 보내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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