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구에서 인천지하철을 타고 인천시청역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김영식 씨(42)는 이번 주말 초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이 역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인천시청역 1번과 9번 출구 사이에 위치한 열린박물관에서 새것과 관련된 한국인의 문화를 보여주는 인천시립박물관의 순회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서다.
김 씨는 “지하철이 다니는 시간이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데다 전시회의 주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 아들과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시립박물관은 인천시청역 열린박물관에서 ‘새삥―새것을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독특한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새것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흔히 새것처럼 상태가 좋은 중고 물품을 가리켜 쓰이는 말인 ‘새삥’을 대하는 한국의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전시회다.
전시회의 1부는 ‘새로운 시간’이 주제다. 한국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새해 첫날에 주목해 전시공간을 꾸몄다. 매년 12월 마지막 날 자정 무렵에 카운트다운을 세고, 해가 바뀌면 산이나 바다를 찾아 해돋이를 보며 소원을 비는 친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또 새해를 맞아 집안을 청소하거나 목욕탕을 다녀오는 풍습과 연하장을 주고받는 한국인의 생활문화가 소개된다. 토정비결 보기, 복조리 걸기, 연날리기 등과 같은 한국인의 풍속과 놀이문화도 함께 소개한다.
2부 주제는 ‘새로운 시작’이다. 과거 초중고교에 입학하거나 새 학기가 다가오면 부모는 자녀에게 가방과 학용품을 사주고, 그해 공부할 교과서를 함께 포장하기도 했다. 또 성인이 돼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직장에 취직하면 정장과 구두를 사면서 직장생활을 앞두고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 뒤 첫 월급을 받으면 부모에게 내의를 선물하거나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던 흐뭇한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3, 4부는 새로운 ‘사람’과 ‘물건’을 만나거나 접했을 때의 모습을 다룬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면 혈액형이나 성격유형지표(MBTI), 취미 등을 물어보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연인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자물쇠에 이름을 적어 걸어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면 꾸게 되는 태몽도 소개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새로운 물건을 맞을 때도 한국인들은 그 순간을 기념하며 다양하게 행동했다. 새 차를 샀을 때 막걸리를 부으며 무사고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거나 이사를 기념한 집들이 등과 같은 풍습을 확인하게 된다.
박물관은 2020년부터 인천지하철을 운행하는 인천교통공사로부터 전시공간을 위탁받아 ‘누구나 전시할 수 있는’ 열린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5월 6일까지 열린다.
박물관 관계자는 “지난해 박물관 1층 갤러리 한나루에서 전시회를 선보인 뒤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아 새 학기를 맞아 순회 전시회를 열게 됐다”며 “새것을 맞이할 때 한국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행동 패턴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전시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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