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상 이유로 로스쿨 면접 일정을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거부당해 불합격한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재림교) 교인이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통틀어 재림교 신자의 시험 일정 변경 청구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4일 오전 재림교 교인 A 씨가 전남대 로스쿨을 상대로 제기한 입학전형 이의신청 거부 처분 및 불합격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림교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정하고 직장·사업·학교 활동, 공공 업무, 시험 응시 등 세속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A 씨는 2020년 10월 전남대 로스쿨에 지원해 서류 전형에 합격했는데 면접 시간이 토요일 오전으로 정해졌다.
A 씨는 “토요일 일몰 후 면접에 응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이의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했고 면접에 응시하지 않아 불합격했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면접 시간을 조정하지 않은 학교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으므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피고가 원고의 면접일시 변경을 거부한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법하고, 불합격 처분은 위법하게 지정된 면접 일정에 원고가 응시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한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먼저 “헌법 제11조 제1항이 보장하는 평등은 형식적 의미의 평등이 아니라 실질적 의미의 평등”이라며 “피고는 재림교 신자들의 신청에 따라 그들이 받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면접일시가 토요일 오전으로 지정됨으로써 재림교 신자로서의 종교적 신념을 유지하고자 하는 원고는 입학 기회를 박탈당해 불이익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면접 평가는 개별면접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원고 개인의 면접 시간만을 토요일 일몰 후로 손쉽게 변경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응시자들의 면접 시간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며 “면접 시간을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제한되는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은 원고가 받는 불이익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덧붙였다.
다만 거부행위 취소 청구 부분은 “별도로 다툴 소의 이익이 없다”며 ‘파기자판’ 해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파기자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을 때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대법원이 직접 파기 판결하는 재판 절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림교 신자들이 과거 헌재에 시험 일정 변경을 구하는 청구는 모두 기각됐다”며 “이 사건은 시험 일정 변경 요청을 거부하는 것이 위법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의 소수자인 재림교 신자들이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부당하게 차별받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청의 헌법상 의무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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