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70대, 병원 3곳 ‘수용 불가’ 뒤 사망…“지방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시급”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4일 17시 02분


지난달 22일 충북 충주시에서 전신주에 깔린 70대 여성이 병원 3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고 사고 발생 9시간 만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병원을 이탈한 2월 20일 이후 충청권에서만 병원 이송을 거부당하고 사망한 세 번째 사례가 나온 것이다. 2월 23일에는 대전에서 80대 여성이, 지난달 30일에는 충북 보은군에서 33개월 여아가 각각 병원 7곳, 10곳에서 수용 불가를 통보받은 후 사망했다. 이를 두고 부족한 지방 응급의료 인프라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신주 깔린 후 병원 3곳 ‘이송 불가’

4일 보건복지부와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오후 5시 11분경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에서 A 씨(75)가 전신주에 깔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다른 주민이 몰던 트랙터가 전신주를 들이받았는데 전신주가 넘어지면서 깔린 것이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오후 5시 30분경 건국대 충주병원과 충주의료원에 연락해 “전신주에 깔려 발목이 골절된 환자”라고 설명했지만 두 곳 모두 ‘이송 불가’를 통보했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외상센터 이송 사안”이라는 이유로, 충주의료원은 “미세 골절 접합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이들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행동과는 무관하다 ”고 말했다.

환자는 사고 발생 1시간을 넘긴 오후 6시 14분경에야 사고 현장으로부터 20km가량 떨어진 충주미래병원으로 옮겨져 발목 수술을 받았다. 수술 과정에서 복강 내 출혈이 발견됐으나 해당 병원에 외과 의사가 없어 수술을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으나 “외과 교수가 수술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됐다. 환자는 이튿날 오전 1시 50분경에야 해당 병원에서 100km 넘게 떨어진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고 사고 발생 9시간 만인 오전 2시 22분경 사망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4일 브리핑에서 “구급대의 환자 상태 평가 때 복강 내 출혈은 의심을 못 했고 수용 요청 때도 해당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자세한 내용은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 충북 응급전문의 17개 시도 중 ‘최소’

충북에선 지난달 30일에도 보은군에서 도랑에 빠진 33개월 여자아이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뒤 대형병원 등 10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하고 사망했다. 이 사건 역시 복지부에서 전공의 사태와의 관련성 등을 조사 중인데 의료계에선 여아의 상태를 감안할 때 더 큰 병원으로 옮겼어도 생명을 구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전공의 사태와의 관련성이나 개별 환자의 상태와는 별개로 중증·응급 환자 이송 거부 사례가 반복되는 걸 두고 비수도권의 응급의료 인프라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충북의 경우 응급의학전문의 수가 인구 10만 명당 1.4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적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충북대병원이 유일하며 단양군은 올해 초 단양의료원에서 근무할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못 구해 연봉을 4억2000만 원까지 올렸다. 국립중앙의료원의 ‘2022년 의료 취약지 모니터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50개 시군구 중 98곳(39.2%)이 ‘응급의료 취약지’로 분류됐는데 이 중 충북 기초지자체가 8곳이었다. 1시간 내 권역응급의료센터나 30분 내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지 못하는 인구가 30% 이상인 경우 응급의료 취약지로 분류된다.

한편 전공의 병원 이탈 후 119구급차가 환자를 태우고 응급실 앞까지 갔다가 받아주지 않아 돌아선 ‘재이송’ 사례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4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2월 18일부터지난달 27일까지 38일 동안 119구급대의 응급실 재이송은 616건 발생했다. 올 1월 1일부터 2월 17일까지 47일 동안 발생한 재이송이 243건인 걸 감안하면 더 짧은 기간에 2.5배가량으로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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