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수험생이 종교적 이유로 면접 일정 조정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고 불참해 불합격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종교적 이유로 면접에 불참한 수험생에 대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는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재림교회) 신자 임모 씨가 전남대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상고심에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선고한 원심을 4일 확정했다.
2021학년도 전남대 로스쿨 입학전형에 응시한 임 씨는 토요일 오전인 면접 시간을 일몰 이후인 마지막 순서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림교회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가 안식일이어서 시험 응시 등 세속적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대는 임 씨의 요청을 거부했고 임 씨는 면접에 불참했다. 결국 임 씨는 법학적성시험(LEET)과 공인영어 점수 등 다른 평가항목이 상위권이었음에도 불합격 처리됐다.
1심은 로스쿨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불합격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립대 총장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자 기본권 수범자의 지위를 갖는다”며 “재림교회 신자들이 받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다른 수험생이 받는 불이익이 재림교회 신자가 받는 불이익보다 현저히 적어야 한다는 점을 조건으로 달았다. 면접시험은 필기시험과 달리 시간을 쉽게 변경할 수 있는 만큼, 임 씨의 요구를 받아들여도 다른 응시자들의 면접 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임 씨의) 면접 시간을 늦춰 준다고 해서 제한되는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은 원고가 받는 불이익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시험 일정 변경 요청 거부가 위법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재림교회 신자들은 토요일로 정해진 시험 일정을 변경해 주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도 수차례 냈으나 헌법재판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회의 소수자인 재림교회 신자들이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부당하게 차별받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청의 헌법상 의무의 범위를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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