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반가운 등산객, 마음 바빠진 구조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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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소방, 이달부터 산악 안전대책
봄철 부상-조난 순으로 사고 많아
시설물 점검하고 난간 등 추가 설치
열화상 카메라 탑재된 드론 투입도

전북소방본부 소속 119구조대원들이 등산 중 다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전북소방본부 소속 119구조대원들이 등산 중 다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지난해 5월 전북소방본부에 다급한 구조 전화가 왔다. 줄을 이용해 산에 오르던 중 추락했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접수한 순창119구조대는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암벽이 많은 지형 특성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았다. 신고 접수 후 40여 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들은 중상을 입은 채 쓰려져 있는 50대에게 응급처치를 했다.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걸어서는 환자를 옮길 수 없었던 것. 구조대는 항공대의 도움을 받아 환자를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같은 달 전북 남원시 지리산 바래봉을 찾았던 60대 여성은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능선을 따라 걷던 중 발을 헛디뎌 넘어졌고, 한 걸음도 옮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119구조대는 응급조치 후 환자를 안전하게 병원으로 옮겼다.

전북소방본부는 산을 찾는 인구가 크게 느는 봄철을 맞아 등산객 안전사고 예방과 신속한 구조 활동을 위해 이달부터 ‘산악사고 안전대책’을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2021∼2023년 3년 동안 전북에서는 1997건의 산악사고가 발생해 132명이 다쳤다. 가을철인 9∼11월에 36.4%(727건)가 발생했고, 6∼8월 24.2%(483건), 3∼5월 20.8%(415건), 12∼2월 18.6%(372건) 순이다. 사고 유형별로 보면 사고나 부상이 411건으로 가장 많았고, 조난·수색은 339건, 질환은 117건이다. 덕유산이 181건으로 사고가 가장 잦았고 구봉산 147건, 모악산 145건, 대둔산 140건, 지리산 11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전북소방본부는 이 같은 사고 발생 현황을 토대로 △등산목 안전 지킴이 운영 △안전 시설물 점검 △119현장 지원 모바일 시스템 운영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최근 3년 동안 가장 많은 산악사고가 발생한 덕유산 등의 주요 등산로 12곳에 다음 달까지 등산목 안전 지킴이를 운영한다. 산악구조 능력을 갖춘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 민간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안전 지킴이가 입산객을 대상으로 산행 안전 수칙을 홍보하고 순찰 등의 활동을 벌인다.

전북지역 주요 등산로에 설치된 1812개의 안전 시설물을 점검하고, 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아 산악사고 다발 지역에 난간 등 안전 시설물도 추가로 설치한다.

만일의 사고 발생 때 출동 구조대원이 신고자의 스마트폰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119현장 지원 모바일 시스템’을 운영한다. 신속한 인명구조와 수색을 위해 광학, 열화상 카메라 등이 탑재된 드론을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전북소방본부는 이와 함께 봄철 산악사고 주의보를 발령하고, 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알아야 할 주의사항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주요 내용은 △안전시설 설치 등산로 이용 △금지된 장소 출입 금지 △협곡·절벽지대 이동 때 낙석 주의 △산행에 맞는 복장 착용 △2인 이상 동행하기 등이다.

권기현 전북소방본부 119대응과장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산에 갈 때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택하고 안전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산악사고 예방과 사고 발생 때의 빠른 대처로 도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소방#산악#안전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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