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서 3명 숨진채 발견… 치매센터 등록안해 지원 못받아
“보호자 신청전엔 위기 발굴 한계”
‘치매가족휴가제’ 있는줄도 몰라
“年1000명 이용… 홍보 강화해야”
서울 강동구에서 90대 치매 환자와 6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치매를 앓던 A 씨가 사망하자 그를 돌보던 자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 모녀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치매 지원사업에 등록되지 않은 상태였다. 전국 미등록 치매 환자가 약 38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 간병’ 가족의 사회적 고립을 막을 안전망이 초고령사회에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숨진 세 모녀, 지자체 치매 서비스 안 받아”
7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0시 10분경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화단에 사람 2명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숨진 60대 자매였다. 경찰이 자택을 확인해보니 90대 A 씨도 몇 시간 전에 사망한 상태였다. 한 목격자에 따르면 집 안에서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잘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메모가 발견됐다. 두 자매가 쓴 것으로 추정된다. 오랜 기간 치매를 앓던 어머니의 사망을 비관한 문구도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A 씨의 시신에 외상 등 타살로 의심할 정황이 없어 일단 자연사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숨진 A 씨는 약 10년간 치매를 앓아왔고, 그의 두 딸이 돌봄을 도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이웃 주민은 “두 딸이 어머니를 돌보며 오래전부터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A 씨 가족은 지자체의 치매 지원 서비스를 받은 적이 없었고, 관할 치매안심센터에도 등록되지 않은 상태였다. 전국 256개 시군구에 구축된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환자의 가족이 오랜 기간 돌봄 스트레스로 인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담사 연결 등 다양한 심리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환자 측이 직접 센터를 방문해야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강동구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A 씨 가족은 우리 센터에 방문한 적이 없고, 기초생활 수급자가 아니기 때문에 관할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연계되지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구 관계자도 “치매 투병은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별도로 지원사업을 신청하기 전엔 선제적으로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 치매안심센터 미등록 환자 38만 명
간병 부담에 시달리던 치매 환자 가족이 함께 비극을 맞는 사례는 자주 일어나고 있다. 올해 1월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치매를 앓는 80대 아버지를 50대 아들이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중앙치매센터가 지난해 5월 발간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88만6173명으로 추산된다. 같은 해 전국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치매 환자는 50만2933명이었다. 약 38만 명이 미등록 상태라는 뜻이다. 이 중엔 A 씨 가족처럼 돌봄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도움을 청할 곳을 찾지 못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잠시라도 쉴 수 있도록 환자를 단기보호기관에 잠시 맡기거나 종일 방문요양 서비스 이용권을 주는 ‘치매가족휴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홍보 부족 탓에 이용자가 연평균 1000명에 못 미친다. 지난해 12월 강원광역치매센터가 관내 치매 환자를 설문한 결과 상당수가 “그런 제도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한 제도의 존재를 몰라서 환자의 보호자가 벼랑 끝에 내몰리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원 전 중앙치매센터 부센터장(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는 “돌봄 부담에만 매여 지내는 치매 환자의 보호자 같은 경우 바우처나 여행지원 제도 등 보호자 지원 사업이 있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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