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여 총장 “6·25때도 책 놓지 않아”…의대생 복귀 촉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8일 11시 17분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 가천대 제공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 가천대 제공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국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이 소속 의대생들에게 학교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8일 가천대 의대 홈페이지에는 ‘사랑하고 자랑스러운 가천의 아들, 딸들에게’라는 제목의 이 총장 글이 올라왔다.

이 총장은 “가천의대생 여러분은 수많은 시간을 인내해 의대에 입학했고,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에 엄청난 공부의 양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공부하고 수련받아 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나 같은 의사, 환자를 가슴으로 치료하는 의사, 의사가 천직이라 믿고 환자를 사랑하며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 의사를 키우고 싶었다”며 “그런데 지금 길을 잃고 고뇌하고 있을 여러분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상황이 너무 혼란스럽고 고통스럽겠지만 6·25 전쟁 당시 포탄이 날아드는 교실에서도, 엄중한 코로나 방역 상황에서도 우리에겐 모두 미래가 있기 때문에 책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배움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태는 정부와 의료계 선배들이 지혜를 모아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테니 그것을 믿고 여러분은 이럴 때일수록 학업이라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총장은 “의사라는 직업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에 정말 숭고하다. 무거운 사회적 책임도 뒤따른다”며 “여러분은 그 숭고한 의사의 길을 선택했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환자를 포기해선 안 되며, 환자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나의 희생도 감수하는 것 또한 의사의 숙명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강의실로 돌아와 학업을 이어가면서 여러분의 의견을 개진하길 바란다”며 “여러분이 강의실로 돌아올 때 지금 하루하루 위급상황에서 노심초사하며 절망하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 국민 모두 작은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여러분과 캠퍼스에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국 의대생들은 동맹 휴학 등 수업 거부에 나섰다. 대학은 통상 전체 수업 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한 학생에게 F 학점을 주고, 의대생들은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이에 의대들은 그간 휴강과 개강 연기를 이어왔다.

하지만 ‘유급 마지노선’이 다가오자 수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4월 중순이 지나면 1학기 학사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워 대량 유급 사태를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학교 수업일수를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정하고 있어 통상 학기당 15주 이상의 수업시수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5월로 넘어가면 야간과 주말에 수업해도 15주를 채우기 어렵다.

또 고등교육법 등에 따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얻지 못한 의대는 졸업생이 의사 국가고시를 치를 수 없다. 의학교육 평가인증 상 임상실습 기간은 총 52주, 주당 36시간 이상이어야 한다.

이에 따라 가천대 의대는 지난 1일부터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경북대와 전북대는 8일, 가톨릭대와 가톨릭관동대는 오는 15일, 강원대는 22일 각각 의대 수업을 시작한다. 중앙대 의대는 다음 달 1일을 재개 날짜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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