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인공지능(AI) 시대에 지식재산권은 어떤 분야보다 갈등이 빈번해질 것이다. 검사 시절 경험이 이 분야 최고의 기업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만들어줄 것이다.”
법무법인 B&H 양선순 대표변호사(49·사법연수원 33기)는 2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지식재산권 전담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서 2016년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 수사팀의 수석검사를 담당했던 경험을 꺼냈다. 당시 수사팀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미인도의 위작 의혹을 제기한 천 화백 유족 측의 주장에 반대되는 결론을 내며 미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양 대표변호사는 2004년 울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수원지검 등을 거쳤다. 지난해 9월 검찰을 떠나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미인도 위작 논란 수사는 어떻게 진행됐나 “천 화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미인도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천 화백의 딸이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을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고소하면서 진행됐던 사건이다. 검찰은 X선, 적외선, 투과광사진 촬영 등을 통한 과학감정과 전문가들의 안목감정을 진행했다. 유족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프랑스 감정팀의 감정도 이뤄졌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건이다.”
- 작가의 주장과 검찰 판단이 엇갈린 이례적 사건이었는데 “작가가 직접 자기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반대 의견을 내는 게 상당히 부담이었다. 하지만 지식재산권 관련 전문 지식에 근거해 내린 결론이었다. 결과적으로 고소인들이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며 재정신청까지 냈지만 대법원이 기각하며 검찰 수사가 정당했다는 것이 입증됐다.”
- 원래 지식재산 분야에 관심이 많았나 “2015년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석사 학위를 따기도 했다. 변리사, 특허청 직원, 대기업 특허 업무 담당자 등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B&H 설립 후 관련 업무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기업 자문에 관심이 많은데 이 곳에서 쌓은 전문 지식과 다양한 네트워크가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검사 시절 기억에 남는 경험은 “평검사 때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에서 범죄예방 환경개선사업(CPTED·셉테드)을 맡으면서 범죄 사전 예방 시스템을 만드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 사건 발생 후 개입하는 수사와는 정반대로 접근해본 경험이었다. 변호사도 사전에 리스크를 대비해 최적의 법률자문을 해줄 수 있다면 사회 전체의 비용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변호사로서 뜻깊은 경험은 “한센인들이 수십 년 전부터 경기 남양주 평내동에 협동조합을 세우고 자활촌을 꾸려 살고 있었는데 해당 토지의 소유권을 두고 다툼이 있었다. 다행히 민사 항소심에서도 협동조합이 이겨 삶의 터전을 보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토지 위 건물의 임대료 문제로 형사소송 중인데 이 건도 협동조합 편에서 변호하고 있다.”
- 로펌 경영자로서의 목표는 “수요자들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의 법무법인이다. B&H 홈페이지에서 소장 초안 작성부터 접수까지 필요한 각종 실무를 원스톱으로 해결하고 쌍방향 소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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