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혼란]
수업일수 채우려면 방학 없애야
일부 의대, 7월 1학기 개강 검토도
총장들, 학생들에 ‘복귀 호소’ 서한
8일 오후 2시경 전북 전주시 전북대 의대 1호관.
이날 개강이었지만 건물에선 수업을 듣기 위해 오가는 학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전에 진행된 일부 수업도 빈 강의실에서 교수 혼자 동영상을 촬영하는 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 의대생 673명 중 650명(97%)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 휴학을 신청한 상태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국 의대 40곳 중 14곳(35%)이 이미 개강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8일 개강한 경북대의 경우 궁여지책으로 ‘온라인 개강’을 택했는데 교수들이 업로드한 동영상을 내려받아 들으면 출석으로 인정되는 방식이다. 이 학교 임상규 교무처장은 “과목당 수업시수가 원래 20주인데 16주로 줄이더라도 개강을 더 미룰 순 없었다”며 “학생 설득을 위해 학장까지 나서서 여러 차례 일대일 면담을 했다”고 말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학의 매 학년도 수업일수는 총 30주 이상이다. 한 학기에 최소 15주 이상인 셈인데, 의대는 실습 등 탓에 16주 이상인 곳이 많다. 9월에 2학기 개강을 하려면 지금 1학기 개강을 해도 여름방학을 없애야 하는 의대가 대부분이다. 또 의학교육 평가인증상 임상실습 기간은 총 52주, 주당 36시간 이상이어야 하는데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는 졸업생이 의사 국가고시를 치를 수 없다.
교육부에 따르면 15일 대학 17곳이 추가로 개강을 하면서 78%가 수업을 하게 된다. 문제는 개강 이후에도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 유급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대다수 의대는 학생이 수업일수의 3분의 1에서 4분의 1가량 결석하면 F학점을 주는데, 한 과목만 F가 있어도 유급된다. 이 때문에 상당수는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거나 자료만 내려받아도 출석으로 인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도 위급한 상황에서 좋은 학습 방법”이라며 “지금은 유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의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학칙을 바꿔 1학기 개강을 7월로 늦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총장들도 서한을 보내며 수업 복귀를 호소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 출신인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이날 의대 홈페이지에 공개 서한을 올리고 “지금 상황이 너무 고통스럽겠지만 6·25전쟁 당시 포탄이 날아드는 교실에서도, 엄중한 코로나 방역 상황에서도 우리는 책을 놓지 않았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배움을 멈춰선 안 된다”고 했다. 성한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최외출 영남대 총장, 신일희 계명대 총장 등도 학생들에게 편지 등을 보내며 강의실 복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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