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 배출량 역대 최고치 기록
■ 여수-부산 등 동남권 산단
연평균 메탄 농도 국내 최대치… 인근 폐기물 매립지 영향 커
■ 해남-김제 등 서해안 지역
벼농사-축산업 과정에서 발생… 미생물에 비료 섞을때 메탄 방출
■ 국제적으로 저감 노력 활발
배출량 30% 줄이는 ‘메탄 서약’… 저메탄 품종 개발 등 정책 추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소고기를 적게 먹어야 한다.”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리 있는 주장이다.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소를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의 방귀나 트림도 한몫한다. 소가 먹이를 되새김질할 때 장 속 미생물이 먹이를 분해하는데 이때 생기는 가스의 주요 성분이 메탄(CH₄)이다. 소 한 마리가 트림과 방귀로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의 양은 70∼120kg으로 소형차 한 대 배출량과 맞먹는다. 뉴질랜드 등은 소 트림·방귀에 세금을 매기는 정책을 추진해 축산 농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메탄은 동식물 등 유기물질이 썩어 분해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기체로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와 함께 교토의정서에서 지정한 3대 온실가스 중 하나다.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81배나 높다. 배출량이나 대기 중 비중은 이산화탄소보다 적지만 분자 1개가 지구 기온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강한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메탄이 전체 온실가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이지만 산업화 이후 지구 온난화에 끼친 영향은 약 30%(기온 0.5도 상승)에 달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메탄이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고 있을까. ● 산단-농축산 지역서 메탄 집중 발생
국내에서는 서해안부터 동남해안까지 이어지는 벼농사 지역과 항만, 산업단지에서 고농도 메탄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연구원과 부산대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환경 관측과 평가’에 ‘한국의 메탄 배출원 평가―위성 분석을 통한 공간 상관성 연구’를 발표하며 한국에서 메탄을 많이 뿜어내는 지역과 원인을 분석했다.
메탄 농도가 가장 높은 도시는 전남 여수시(1881.2ppb)와 전북 군산시(1881ppb) 등 항만과 산단 지역이었다. 경남 창원시(1875.6ppb)와 부산(1874.4ppb), 충남 당진시(1873.7ppb)도 같은 이유로 메탄 고농도 지역에 포함됐다. 공장에서 화석연료가 연소되며 메탄을 배출하는 데다 인근에 조성된 폐기물 매립지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폐기물이 미생물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면서 메탄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폐기물관리법 등에 따르면 산단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은 해당 지자체에서 자체 처리해야 한다.
메탄 농도 상위 30% 지역에는 충청권에서 전라권으로 이어지는 서해안 벼농사 및 축산업 집중 지역이 포함됐다. 전남 해남군(1877.5ppb)과 전북 김제시(1877.4ppb), 전남 완도군(1874.7ppb), 경기 화성·안성시(1872.6ppb)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벼농사를 지을 때 논의 미생물을 활성화시키는데, 이때 메탄이 발생하고 비료가 더해지면서 추가로 메탄이 방출된다. 축산업 지역은 가축의 소화와 분뇨 배출 과정에서 메탄이 발생한다.
서울 역시 배출 농도가 1874.5ppb로 고농도 지역에 포함됐으나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특정 요인에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지는 않았다. 심창섭 한국환경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은 “(서울의 경우) 도심 하수관이나 인근 수도권 매립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메탄 배출 적은 벼 품종 개발해야”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2023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메탄 농도는 1923ppb로 산업화 전인 1750년 이전과 비교했을 때 164% 증가했다. WMO는 “메탄 등 주요 온실가스 농도가 지속해서 높아지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우려했다.
국제 사회는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메탄 저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메탄은 대기에 남아있는 기간이 최대 10년 정도다. 100∼300년 머무르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인류가 적극적으로 감축하면 단기간에 줄일 수 있는 셈이다.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국제 메탄 서약’이 체결됐는데 여기에는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30% 이상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도 이 서약에 가입했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30 메탄 감축 로드맵’에서 △매립지 메탄 회수 및 바이오가스화 추진 △저메탄 소 사료 보급 및 가축 분뇨 정화 처리 비율 확대 △외국에서 메탄 배출량을 줄이는 사업을 벌인 뒤 실적을 가져오는 국제 감축 확대 등을 제시했다.
심 연구위원은 “도시와 농촌, 산업단지 등 지역 실정에 맞게 메탄 저감 정책을 펴야 한다”며 “농촌 지역에선 메탄 배출을 줄이는 벼 품종 개발 등을 해야 하고 음식물 등 생활 폐기물을 줄이며 매립지 메탄 감축 및 바이오가스화 등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탄
동식물 등 유기물이 부패하며 발생하는 기체. 농업과 축산업, 폐기물 매립, 화석연료 연소 등에서도 발생한다. 천연가스와 석탄가스의 주성분이며 이산화탄소와 함께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6대 온실가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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