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이 고(故) 유상철 전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을 추모했다.
히딩크 전 감독은 9일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해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이야기를 나눴다.
히딩크 전 감독은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에서 쐐기 골을 터트린 유 전 감독을 언급하며 “아직도 가슴이 몹시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유상철은 팀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줬던 선수”라며 “코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경기에 뛸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함께 할 수 없어서 슬프다”고 전했다. 유 전 감독은 2021년 6월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히딩크 전 감독은 “2002년 우리는 정말 큰 성공을 거뒀다”며 “2~3년이 지나면 시들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관심이 이어질지 몰랐다”고 했다.
한국은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스페인, 러시아, 호주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해봤지만, 한국인의 열정은 남다르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일에 임하는 자세가 좋고, 기쁜 일에 다 같이 기뻐하고 슬픈 일에 함께 슬퍼하는 등 감정 표현을 잘한다”며 “한국은 라틴 아메리카 같은 열정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송에는 김남일 전 성남FC 감독과 김보민 아나운서, 부부의 아들인 김서우 군도 출연했다. 김 전 감독은 “무명이었던 제가 감독님 덕분에 월드컵 경기에 뛸 수 있었고, 이후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며 “모든 게 감독님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 아나운서는 “시댁에 온 느낌”이라며 웃었고, 김 군은 “감독님 덕분에 아빠가 월드컵에 나갈 수 있었고, 덕분에 엄마 아빠가 만나 제가 태어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히딩크 전 감독은 “선수들의 경우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게 특히 중요한데 너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패널로 출연한 배우 이광기는 ‘제가 만약 축구협회 관계자라면 히딩크 전 감독님을 다시 한번 대표팀 감독으로 모시고 싶을 것 같다’고 언급하자 히딩크 전 감독은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은 채 옅은 미소만 지었다.
히딩크 전 감독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는데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던 그 과정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따뜻한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즐거웠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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