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여자아이가 실명 위기에 처한 한 아버지를 유일하게 치료해 준 국군수도병원 의사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페이스북에 ”주말 전후, 환자들의 편지 두 통이 언론에 보도됐다”며 “그중 한 통은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실명 위기에 있는 아빠를 수술해 준 국군수도병원 김윤택 교수에게 쓴 편지”라고 소개했다.
이 편지는 경기도 용인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조민수 씨(34)의 딸이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3월 18일 공사 현장에서 날카로운 플라스틱 조각이 오른쪽 눈에 박히는 사고를 당했다.
눈앞이 보이지 않고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수도권 대형 병원 10여 곳에 연락했지만, 수술할 안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했다. 수도권 병원에서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안과 수술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마지막 희망으로 연락한 국군수도병원에서 “바로 오라”는 답을 받았다. 결국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국군수도병원의 김윤택 안과 교수의 집도 하에 응급수술을 했다.
이후 조 씨의 딸은 아버지를 치료해 준 김 교수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선생님처럼 저도 제가 도울 사람이 생기면 꼭 도와줄 거다. 저희 가족이 선생님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시라고 마음으로 빌게요”라고 편지에 적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꼭 뒤에 느낌표를 두 개나 찍은 마음씨가 얼마나 경우가 바르고 의젓한지요. 뭉클했다”며 “김 교수님과 함께 일하는 모든 의료진께서도 고생 많으십니다. 국무총리로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집단행동이 길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위중한 환자를 위해 큰 병원을 양보해 주고 계신 국민들의 현명한 시민의식, 그리고 현장에 남아 두 사람, 세 사람 몫의 격무를 묵묵히 감당해 주고 계신 의료진의 노고 덕분에 의료체계가 아직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 속에 수술을 거부당한 환자들이 군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9일에도 9살 난 여아가 반려견에게 물려 왼쪽 볼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가까운 병원들은 “소아외과 의사가 없다”며 모두 수술을 거부했지만, 국군양주병원이 진료를 수락해 사고 1시간 뒤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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