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탈색 시술을 받은 20대 남성 손님이 “성공하면 갚겠다”는 쪽지만 남겨둔 채 돈을 내지 않고 도주했다.
최근 YTN 보도와 JTBC ‘사건반장’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한 20대 남성 손님이 미용실에서 탈색 시술을 받은 뒤 돈을 내지 않고 도망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미용실 사장 A 씨는 이날 직원 없이 혼자 근무했다. 손님이 많아 바쁜 와중에 20대 남성 B 씨가 들어와 탈색 시술을 요청했다. A 씨는 1시간 뒤로 예약하고 오면 된다고 했고, B 씨는 “예약을 했는데 갈 데가 없어 미용실에서 기다리겠다”며 1시간을 기다렸다가 시술을 받았다.
탈색 시술이 다 끝나고 가방을 챙겨 계산대 앞에 선 B 씨는 지갑을 찾는 척 가방을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작은 쪽지만 놓아두고 그대로 뛰쳐나갔다.
놀란 A 씨는 곧바로 B 씨를 쫓아갔지만, B 씨는 신발까지 벗어 던진 채 전력질주로 도망쳤다. A 씨는 결국 B 씨를 붙잡지 못하고 빈손으로 가게로 돌아와야 했다. 시술 비용은 6만 4000원이었다.
B 씨가 남긴 쪽지에는 “저는 22살이고 작가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다. 제가 지금은 형편이 어렵고 돈이 없다. 나중에 성공해서 돈을 벌면 은혜를 꼭 갚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적혀 있었다.
다음 날 A 씨가 추가로 발견한 또 다른 쪽지에는 “공황장애가 있고 몸이 좀 안 좋지만 극복하고 있다. 원장님이 손님 말에 공감해 주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는 글도 쓰여 있었다.
CCTV에는 시술 중 쪽지를 적는 B 씨의 모습이 포착됐다. A 씨는 “다른 직원 없이 혼자 있어 신경을 쓰지 못하니까 범행을 계획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예약을 했다는 A 씨의 말도 거짓말이었다.
B 씨는 시술 중 A 씨에게 명함을 달라고 요청하면서 ‘앞으로 자주 오겠다’는 뉘앙스를 풍기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계산대 앞에서도 또 다시 명함을 달라며 주의를 분산시킨 뒤 쪽지만 올려놓고 도주했다.
현재 A 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B 씨가 남긴 쪽지와 CCTV 영상을 제출한 상태다. 그는 “생각해 보니 분하기도 하고 이 사람이 상습범이면 다른 매장에 2차 피해를 줄 것 같아 신고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을 본 박지훈 변호사는 “경범죄 처벌법 위반이 될 수 있지만 상습적으로 했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 얼굴이 너무 잘 찍혀 있기 때문에 검거되기 십상이다.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근처 CCTV와 인상착의 등을 분석해 용의자 신원과 행방을 추적하고 있으며, 용의자를 특정하면 사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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