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전세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대인 부부와 공인중개사 부부에게 검찰이 실형을 구형한 가운데, 피고인 측은 “‘GTX 호재’로 피해자들의 피해가 상당수 회복됐다”고 호소했다.
15일 수원지법 형사12단독(부장판사 )은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대인 A 씨 부부와 공인중개사 B 씨 부부 등 4명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임대인 A 씨에게는 징역 15년을, A 씨의 남편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더불어 공인중개사 B 씨에게는 징역 8년, B 씨의 아내에게는 징역 15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임대인 A 씨 부부가 임차인들에게 정상적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데 보증금을 반환할 것처럼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또 공인중개사 B 씨 부부는 이를 알면서도 중개수수료를 편취했다고 봤다.
임대인 A 씨 부부는 법정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고의성’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공인중개사 B 씨 부부는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A 씨 부부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본건은 최근 전국에서 일어난 전세 사기 사건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건“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실질적인 피해액이 다르다“며 ”전체적으로 임대차 보증금 전액을 모두 편취금으로 보는 게 아니라 한 호실 당 1000만~2000만 원의 시가 차액이 있어 피해금은 20억~30억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A 씨 남편의 경우 공동정범으로 기소됐지만 명의를 빌려준 가담 정도여서 사실상 방조범인데 검찰의 구형이 과하다“면서 ”모두 구속돼 있는 상태라 실질적으로 피해 변상이 어려운 상황을 참작해 관대한 처벌을 해달라“고 변론했다.
공인중개사 B 씨 부부 측 변호인도 ”해당 사건은 다른 조직적 전세 사기와 다르다“며 ”사전에 미리 범행을 공모하고 보증금을 편취할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B 씨 부부 측 변호인은 피해자들에 대한 ‘기망행위’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임대인이 여러채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임차인들에게 고지하지 않은 걸 기망행위라고 볼 수 있냐“면서 ”공인중개사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임대인의 자산을 설명할 의무는 없다. 부동산 경기 하락의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기망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의성도 없었고, 임대인 부부와 사전에 공모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B 씨 부부 측 변호인은 또 화성 동탄신도시 지역의 특수성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동탄은 삼성 등 대기업이 몰려있어 직장 근처의 오피스텔 수요가 높은 지역“이라면서 ”뜻하지 않게 2022년 말부터 다른 지역 전세사기가 터지면서 기존 임차인 중 재계약을 하지 않는 임차인들이 한꺼번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고 전세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이 사건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피해자가 오피스텔 소유권을 취득하면서 최근 GTX 호재로 (매물의) 시가 상승 등 피해가 상당히 회복된 점도 참작해달라“고 강조했다.
임대인 A 씨는 최후 진술에서 울먹이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피해자들의 피해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A 씨 남편도 ”참담하고 죄스럽다“고 심경을 전했다.
공인중개사 B 씨도 최후 진술에서 ”20여 년 공인중개를 하면서 부동산 경기 하락을 예측하지 못해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 점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B 씨 아내도 ”동탄은 10년 넘게 오피스텔 수요가 폭발적이지만 공급량이 부족해 그동안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위반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며 ”향후 다가올 경제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중개한 점이 어리석고 무지했다“고 말했다.
A 씨 등은 조직적·계획적으로 전세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 ‘역전세’를 설계해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오피스텔을 대량으로 매수하고 매년 전세 보증금을 증액해 편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동탄에 268채를 소유한 A 씨 부부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은 모두 140명으로 피해금액은 17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A 씨 부부는 초기 A 씨 명의로 오피스텔을 집중 구입하다가 삼성 게시판에 ‘다수 오피스텔을 보유해 경계해야 할 임대인’이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자, 남편 명의로 오피스텔을 94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서로 부부관계인 것을 임차인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공인중개사를 통해 남편의 주소지를 허위로 이전시키는 치밀함도 보였다.
공인중개사 이씨 부부는 이들 부부가 ‘보증금 돌려막기’를 하는 사실을 숨긴 채 보증금을 증액시킨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맺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공인중개사 부부가 무자본 갭투자를 단기간에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보고 있다.
공인중개사 부부는 특히 임차인들에게 임대인들이 ‘재력가’라고 속이거나 임대인이 시어머니로부터 오피스텔을 증여받은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임차인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또 기소된 부부들을 비롯한 투자자들을 고정 고객으로 관리하면서 수시로 ‘역전세 세팅’, ‘무자본 갭투자 소개’ 등의 메시지를 발송했다.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자금도 빌려주면서 매수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A 씨 부부와 같은 수법으로 동탄 지역에서 29명으로부터 44억 원의 보증금을 챙겨 함께 재판에 넘겨진 C 씨 부부는 지난 공판에서 징역 5년과 징역 2년을 각각 구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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