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이틀 전 미리 제압 방법 검색…도구도 준비해
“제압 아닌 살해까지 계획한 것인지는 아직 애매”
경기 파주시의 호텔에서 20대 여성 2명이 살해된 사건에 관해 가해자로 추정된 남성 2명이 방법과 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등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피해 여성 중 한 명의 지인에게 돈을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15일 경기북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이 두 남성 A, B 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한 결과 남성들은 여성들과의 만남 전 ‘사람 기절', ‘백초크 기절’ 등 사람 제압 방법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5일 전에는 극단적 선택에 대한 검색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청테이프와 케이블타이 등 범행 도구도 미리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은 사건 전날인 지난 9일 미혼이었던 B 씨의 휴대전화로 범행 장소를 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두 남성은 과거에 일을 함께 해 2~3년 알고 지내던 고양시 거주 여성 C 씨에게 “가상화폐로 돈을 많이 벌었으니 같이 놀자”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원시에 있던 여성 D 씨에게는 지난 8일 새벽 3~4시경 텔레그램 등에 세 차례 구인글을 올려 유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여성 휴대전화로 여성 지인에게 돈 요구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8일 오후 11시경 D 씨의 휴대전화로 D 씨의 지인 E 씨에게 “600만~7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지인 E 씨의 휴대전화에 녹음된 음성파일을 기반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이미 D 씨가 A, B 씨에게 제압된 것으로 봤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D 씨는 E 씨를 이름으로 부르는데 메시지에서 E 씨를 ‘오빠’라 부른 점을 토대로 제압 정황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또 B 씨의 휴대전화로 E 씨에게 전화해 “D 씨가 일을 준비하다 실수를 해서 돈이 필요하다”고 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E 씨는 이들에게 “돈이 없다”며 돈을 빌려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부터 극단적 선택에 대한 검색을 했다는 점, 도구도 미리 준비한 것, 또 A씨와 B 씨가 20대 초반인 상황 등을 봤을 때 본인들에게 경제적으로 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의심된다”며 “‘경찰이 오니 뛰어내린 것’이 지금까지는 합리적인 추측”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돈을 받지 못하고 여성들을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점에 대해서 경찰 관계자는 “돈을 받기 전에 (극단적 선택을 할 만한) 급박한 동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후 더 수사한 뒤 경제적인 동기에 대해 밝히겠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A와 B 씨가 범행 전날에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PC방에서 3시간 가량 시간을 보낸 사실도 확인하고 검색 기록을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의 공모 정황 등에 대해서는 “그냥 계속 만나던 사이로 파악된다”며 “지난 8일 이전의 상황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단지 여성들을 제압만 하려고 범행을 계획한 것인지, 살해까지 계획한 것인지는 아직 애매하다”며 “흉기에 지문이 발견되거나 케이블타이 등 범행 도구에 대한 검색 기록 등은 없었던 점으로 봤을 때 더 수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0일 파주시의 한 호텔에 머무르던 20대 남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여성 2명의 시신은 객실 안에서 목과 손목이 케이블타이로 묶인 채 발견됐다. 두 남성의 시신은 호텔 정문 앞 큰길 부근 인도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여성들의 사인을 질식사로 잠정 추정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이와 함께 조사 결과 숨진 여성 2명 중 침대 위에서 발견된 여성의 오른팔에는 길이 9cm, 깊이 3cm의 상흔이 있었다. 과학수사대는 여성이 사망한 뒤 남성들이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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