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실험제작 4종 살상 위력
부품 파는 해외업체 규제 어려워
국내 소비자 제한없이 구매 가능
아베 前총리도 ‘고스트 건’에 피살
국가정보원이 최근 해외 유명 온라인 쇼핑몰들에서 실제 판매되는 물품들로 총기를 만들어 실험한 결과, 인명 살상이 가능한 수준의 위력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확인 결과, 실제 몇몇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선 사제 총기 부품으로 활용 가능한 불법 물품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국정원 관계자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은 사업체와 서버 등이 해외에 위치해 국내 총포화약법에 의한 직접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국내법으로 규제가 쉽지 않아 국내 소비자가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고스트 건’ 4종 모두 치명상 위력
국정원이 해외 쇼핑몰에서 구입한 물품들로 제작한 실험용 총기는 4정이었다. 화약식 타정총(압축공기를 사용해 못을 박는 장비)과 공이(탄환의 뇌관을 쳐 폭발하게 하는 총포의 한 부분) 타격식 파이프형, 파이프형, 조준경 장착 사제 총기 등을 만들어 실험한 것. 과녁은 피부와 유사한 젤라틴 소재로 만들었다. 실험 결과, 4개 모두 인명 살상 등 치명상을 입힐 위력을 보였다. 화약식 타정총의 경우 과녁을 13cm나 관통했다.
총기나 총기의 부품, 석궁 등은 현행 총포화약법에 따라 국내에서 제조와 판매, 소지가 모두 금지돼 있다. 불법으로 총기를 제조, 판매, 소지한 사람은 3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 원 이상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시도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 업체가 총기 부품 등을 판매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문제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금지된 총기 부품들이라도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선 어렵지 않게 검색은 물론이고 구입도 가능하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에 대해선 정부가 제대로 된 강제 조사나 경고 조치를 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플랫폼에 입점한 해외 업체들에 대해 우리 정부가 규제할 법적 근거 역시 마땅치 않다.
실제로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총기 부품을 구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동아일보 기자가 15일 중국의 한 이커머스 업체에서 ‘총기’라는 검색어로 상품을 검색했더니, 장난감 총알을 넣어 쏠 수 있는 상품이 여럿 검색됐다. 국내에서 판매가 금지된 석궁과 비슷한 모습의 활과 화살도 구매 가능했다. 일부는 미성년자가 구입 가능한 제품도 있었다.
● 아베 살해 총기도 ‘고스트 건’
이렇게 소비자가 총기 부품을 따로 사들인 뒤 조립해 만든 사제 총기는 ‘고스트 건(ghost gun·유령총)’으로 불린다. 총의 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총기 번호는 없다. 사용자가 직접 총기 부품을 결합해 만드는 사제 총인 만큼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2007년 4월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재미교포 조승희가 자신을 포함해 33명을 죽이고 29명을 다치게 했던 총기 테러에서 이 고스트 건을 사용했다. 2019년 미 캘리포니아주 한 학교에선 16세 소년이 직접 제작한 총을 쏴 2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2022년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범행에 사용한 총기도 고스트 건이었다. 국정원이 이번에 실험한 총기 중 파이프형 사제 총기가 이에 해당한다. 당시 야마가미는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차례 총기를 개량한 뒤, 총알 6개가 한꺼번에 발사되는 사제 총기를 제작해 범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테러방지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관세청 등 유관 기관과 함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총기류, 사제 총기 부품으로 사용이 가능한 안전 위해 물품의 국내 반입 자체를 엄격하게 차단하는 방식 등으로 대응한다는 것.
하지만 해외 온라인 쇼핑몰 구매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런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특히 국내에서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을 중심으로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물품이나 불법 성인용품들이 다수 판매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지금까지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아직 크게 실효성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