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설하우스 활용해 지하수 보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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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원예하우스, 우도 면적 8배
지하수 함양 막고 수해 일으켜
도, 농가에 빗물 활용 설비 지원
농업 용수 등 물순환 시스템 구축

제주 서귀포시  남부 지역에 시설하우스가 빼곡하게 들어찼다. 지하수를 생성하는 빗물을 하천이나 바닷가로 유출한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시설하우스에 내리는 빗물을 물탱크에 모아뒀다가 농업용수로 쓰는 사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서귀포시 남부 지역에 시설하우스가 빼곡하게 들어찼다. 지하수를 생성하는 빗물을 하천이나 바닷가로 유출한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시설하우스에 내리는 빗물을 물탱크에 모아뒀다가 농업용수로 쓰는 사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4일 오후 1시경 제주 서귀포시 1100도로의 해발 650m에 있는 거린사슴전망대.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질 듯 우중충한 날씨인데도 남쪽으로 향하는 시야는 선명했다. 강정동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한 크루즈 선박, 무인도인 범섬 등이 눈에 들어오는 장관이 펼쳐진 가운데 도순천 강정정수장 주변으로는 흰색 지붕으로 뒤덮였다.

화훼용도 있지만 대부분 여름에 수확하는 하우스 감귤을 비롯해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 등 만감류 감귤을 재배하는 시설하우스다. 빈 곳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찼다. 이 지역만이 아니다. 위성사진이 찍힌 포털사이트의 지도를 보면 서귀포시 남원읍 일대는 온통 비닐을 친 시설하우스로 가득했다.

노지(露地)에서 재배하는 감귤에 비해 시설하우스에서 생산하는 만감류의 감귤이 훨씬 높은 소득을 올리다 보니 우후죽순으로 설치한 것이다. 2022년 말 현재 제주의 시설하우스는 감귤 4840만 m², 채소원예 254만 m² 등 모두 5094만 m²에 이른다. 제주 부속도서 가운데 가장 큰 우도 면적 618만 m²의 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제주의 특산인 감귤을 종류별로 연중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함양하는 데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땅에 내려서 지하로 흘러가야 할 빗물이 시설하우스 천장에서 모인 뒤 도로를 따라 해안 등으로 유출되고 있으며 집중호우가 내릴 때는 거대한 물줄기를 형성해 수해 피해를 내기도 한다.

제주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험 적용을 거쳐 2009년부터 시설하우스를 대상으로 빗물 이용 시설 설치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물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대체 수자원인 빗물 이용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 1725곳, 721만5000m²에 대해 이뤄졌는데 전체 시설하우스의 14% 정도이다.

올해도 12억 원을 투자해 시설하우스 48곳에 빗물 이용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시설은 시설하우스 천장에서 모인 빗물을 여과기를 거쳐 저류조인 물탱크에 저장했다가 양수펌프를 이용해 시설하우스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농가 18곳을 대상으로 빗물 이용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 14곳에서 필요한 용수의 50% 이상을 빗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농가는 전량 빗물을 이용하고 있으며 다른 농업용수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물탱크를 활용하면 농업용수 비용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는 빗물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9월 말까지 200곳을 대상으로 사후관리를 진행한다. 농가의 빗물 이용 실태를 파악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날씨 예보에 따른 빗물 활용 방법을 알려준다. 올해 지원하는 여과기는 지난해 사후관리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한 사례다. 또한 계량기 검침을 통해 빗물 이용량을 보다 정확하게 산정할 계획이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시설하우스가 빗물의 지하수 함양을 막는다는 의견이 있는데 빗물 이용 시설을 확대하면 오히려 농업용수로 쓰이는 지하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며 “빗물도 소중한 수자원이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효율적으로 시설을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시설하우스#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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