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골맛에 빠진 그녀들 “땀범벅돼도 즐거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9일 03시 00분


부산진구 여성축구교실
지난달부터 매주 목요일 무료 수업… 20대부터 50대까지 나이대 다양
대형 축구장서 전문 코치진과 훈련
“규모 확대-축구단 창단도 검토”

11일 오후 7시 반경 부산 부산진구 황령산레포츠공원 축구장에서 부산진구 여성축구교실 회원들이 축구 연습을 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11일 오후 7시 반경 부산 부산진구 황령산레포츠공원 축구장에서 부산진구 여성축구교실 회원들이 축구 연습을 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좋아요. 등지고, 더 빨리!”

11일 오후 7시 반경 부산 부산진구 황령산레포츠공원 축구장. 코치의 우렁찬 외침에 선수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뜻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지 허리를 숙이고 “아”라는 탄식을 내뱉는 선수도 있었다.

스트레칭에 이어 코치진과 축구공을 주고받는 연습으로 몸을 푼 이들은 1시간에 걸쳐 계획됐던 훈련을 소화했다. 자기 몸 앞의 공을 등 뒤의 선수에게 빼앗기지 않고 드리블하는 것이 이날 훈련의 핵심이었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여기서 이뤄지는 훈련에 참여하는 이들은 전원 여성이다. 헛발질 등의 실수가 나올 때도 있지만 얼굴이 땀으로 범벅 된 채 훈련 중인 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부산 부산진구는 지난달 7일 개강해 11월까지 진행되는 ‘부산진구 여성축구교실’에 약 40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회원의 나이대는 2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미국 출신 여성도 매주 빠지지 않고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진구는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풋살이 인기를 끌면서 체계적으로 축구 훈련을 받길 원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판단해 부산진구체육회와 함께 축구교실을 개설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사설 학원이나 과외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축구를 배우려고 하면 만만찮은 비용이 든다. 기초자치단체가 축구 훈련 프로그램을 열면 많은 이들이 몰릴 것으로 판단했다”고 축구교실 개설 취지를 설명했다. 부산진구는 강사비 지급과 훈련 용품 구매 등을 위해 올해 512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참가자에게 별도 수강료를 받지 않는다.

인제대 축구부 코치진 2명은 매주 이곳을 찾아 경기규칙 등의 이론 강의를 벌인 뒤 패스와 슈팅 방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추성호 인제대 축구부 수석코치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공다루기 방법 등을 가르치며 참가자들이 축구에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에 참석하는 이들은 크게 만족스러워했다. 김초은 씨(25)는 “여성 연예인이 축구하는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소규모 여성 풋살클럽이 부산에도 많이 생겨났다. 그러나 남자들처럼 대형 축구장에서 전문가로부터 훈련받는 여성들은 부산에서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뿌듯해했다.

사설 풋살교실 등에서 이곳으로 훈련 장소를 옮겨온 이들도 종종 있었다. 이들이 능수능란하게 공을 다루자 곳곳에서 “오” 하는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2년 전부터 풋살을 즐겼다는 직장인 안유진 씨(31)는 “넓은 축구장에서 연습하니 정말 선수가 된 것처럼 신이 난다. 축구교실 회원으로 구성한 아마추어 팀을 창단해 전국 여성축구대회 우승을 목표로 연습하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와 부산진구체육회는 올해 축구교실을 운영한 뒤 추가로 참가하겠다는 의견이 많으면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다. 더 많은 참가자가 모이면 수준에 따라 반을 나눠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것. 부산진구체육회 관계자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모아 여성축구단을 창단하는 것도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진구#여성축구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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