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를 사실상 철회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의사단체는 ‘증원 원점 재검토’만이 해법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 단체도 “이 정도로는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은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기존 의대 증원 결정 과정이 얼마나 주먹구구로 이뤄졌는지 방증하는 것”이라며 “이 정도로는 솔직히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공보를 담당하는 고범석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도 “증원 원점 재논의가 모든 의사단체의 공통된 입장”이라며 “숫자를 일부 조정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도 싸늘한 반응이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정부는 몇몇 대학 총장이 제안한 걸 별다른 논의도 없이 하루 만에 덜컥 받아들였다. 2000명이란 숫자에 과학적 근거가 없었다는 걸 역설적으로 증명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병원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 다른 전공의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사직서를 낸 교수들도 마음을 돌리지 않고 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필수의료과 교수는 “선거가 끝나면 정부 여당이 물러서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끝까지 가겠다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며 “사직서 철회는 없다”고 말했다. 증원분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의대에선 “배정된 정원의 50%만 늘려도 교육 여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충북대 의대의 한 교수는 “현재 정원이 49명인데 많아야 70, 80명까지만 교육시킬 수 있다”며 “증원분의 절반만 반영해도 125명인데 현실적으로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의대생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과학적 추계 기구를 설치해 정원을 조절해야 하고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은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연세대 의대는 이날 교육부의 ‘동맹휴학 불허’ 방침에도 “휴학 승인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열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다음 주 열겠다고 밝혔다. 특위는 민간위원장을 비롯해 정부위원 6명, 민간위원 20명으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으로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계 단체 10명, 환자·소비자 단체 5명, 분야별 전문가 5명이 참여하도록 했다. 하지만 의사와 전공의들은 여전히 특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비수도권의 한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이번 발표는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에도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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