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남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 오룡산. 김유빈 전남도 에너지산업과 주무관(25‧여)은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전남도청 뒷산인 오룡산에 올랐다. 꽃향기 가득한 오솔길을 걸으며 오랜만에 힐링하는 기분이었다. 동료들도 학창 시절 봄 소풍을 온 것처럼 무척이나 설렌 표정이었다. 숲속 쉼터에서 꽃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다. 김 주무관은 “김밥과 어묵, 떡볶이, 닭강정 등 분식집 메뉴가 전부였지만 분위기만큼은 고급 호텔 레스토랑 못지않게 좋았다”며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멋진 추억 하나를 만든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봄날의 소풍’ 아이디어를 낸 이는 강상구 에너지산업국장(55)이었다. 강 국장은 에너지산업국 젊은 직원들에게 메신저를 통해 도청 뒷산에서 산책 겸 오찬을 제안했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격려하는 작은 이벤트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강 국장의 제안에 20, 30대 공무원 14명이 바로 ‘콜’이라고 외쳤다. 강 국장은 “이벤트가 오히려 직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좋아해 다행”이라며 “다음 달에는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남도가 신입 및 저연차 공무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출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젊은 시각으로 전남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워크숍을 잇따라 열고 7급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해외 연수를 추진하는 등 참여·공감·소통의 공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남도는 6월 20∼21일 진도에서 ‘전남 미래 2030 영(YOUNG)한 워크숍’을 개최한다. 20대 전 직원과 본청 근무 5년 미만 30대 직원 등 100여 명이 참가한다. 직원들은 팀 빌딩, 역량 강화 및 소통 교육, 현지 체험활동을 하며 친목을 다진다. 전남도는 지난해 12월 20, 30대 희망자를 대상으로 처음 개최한 워크숍의 반응이 좋아 6개월 만에 다시 소통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최근 정례 조회에서 “부서 회계와 각종 자료 취합 등 단순 업무 비중이 높은 7급 이하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줘야 한다. 새내기 공무원들이 전직까지 고려한다면 얼마나 괴로운 일이냐.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남도와 22개 시군에서 근무하는 새내기 공무원들의 이탈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전남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근무연수 5년 미만 공무원 606명이 조기 퇴직했다. 22개 시군에서 58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전남도청에서 23명이 그만뒀다. 젊은 공무원들이 스스로 공직사회를 박차고 나오는 배경에는 낮은 급여·처우와 잦은 민원 마찰, 엄격한 위계, 과중한 업무 등이 꼽히고 있다.
7급 이하 공무원의 사기를 북돋우려고 전남도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간 120여 명에게 3박4일 일정으로 해외 연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전남도는 해외 연수가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새내기 공무원들이 조직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단계적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신규 임용자와 전남도청 전입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직 적응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에 나선다. 임용 전에 전남도인재개발원에서 3주간 교육을 한 뒤 임용일에 첫 출발을 응원하는 웰컴키트를 증정하고 공직 생활 필수 정보를 담은 안내서를 배부한다. 행정 경험이 풍부한 선배 공무원을 멘토로 지정해주고 맞춤형 역량 강화 교육을 위해 1인당 30만 원을 지원한다.
MBTI(성격유형검사)를 활용한 조직 소통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구성원 상호 특성을 파악해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협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조직 내 불공정한 관행 근절과 청렴도 향상을 위해 2022년부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무원과 함께하는 청렴정담회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고민정 전남도 총무팀장은 “새내기 공무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평적이면서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근무 경력 1년 이상인 7~8급 직원들로 구성된 ‘MZ세대 혁신 디자인단’을 꾸리고 다양한 제도 개선책에 대한 아이디어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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