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변 노숙하던 베트남 여성, 퇴거 요청에 구청 창고 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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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22일 1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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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변.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중랑천변.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서울 중랑천변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 구청 창고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됐다.

22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와 서울북부지검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결혼 이주한 여성 A 씨(44)가 공용건조물 방화 미수·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지난 4일 구속기소 돼 다음 달 법정에 선다.

A 씨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를 낳아 기르다가 시어머니와의 갈등 끝에 2016년 이혼했다.

이후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그는 고시원, 찜질방, 여성 노숙인 쉼터 등을 2년여간 전전한 끝에 2019년 동대문구 중랑교 밑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동대문구청은 주거와 한국어 공부 지원 등을 제안했지만 A 씨는 모두 거부했다. 구청 관계자는 “여러 차례 설득을 시도했지만, 본인이 완강히 거부해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주소지가 없는 탓에 구직 활동 등 수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그는 기초생활수급비조차 못 받게 돼 행인들이 적선한 돈으로 생활했다.

구청의 지속적인 퇴거 요청에 불응하던 A 씨는 지난달 26일 중랑천 게이트볼 구장 인근의 구청 창고에 있던 기계를 망치로 부수고 불을 냈다. 불은 일부 자재를 태우고 20여 분 만에 꺼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A 씨는 수사기관에서 “중랑천을 청소하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났다. 퇴거하라는 종이를 텐트에 붙이고 내 사진을 찍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텐트에서 지낸 이유에 대해서는 쉼터 내 괴롭힘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아이가 사는 곳 근처에 있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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