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한국을 인터넷 강국으로 이끈 전길남 박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2일 23시 30분


우리나라가 인터넷 최강국인 건 대체로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인터넷을 시작한 나라입니다.

한국 인터넷은 재일 교포 출신의 과학자 전길남 박사(80·사진)에 의해 1982년 처음 시작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컬러TV가 드문드문 보급되던 때였고, 일반 사람들에게 컴퓨터는 아직 낯설던 시절이었습니다.

일본 오사카 태생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박사까지 마치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컴퓨터 시스템 설계자로 일하던 전 박사는 1979년 귀국길에 오르게 됩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해외 주재 한국 과학자들을 불러들이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고국의 상황은 참담했나 봅니다. 훗날 그는 “사람도, 돈도, 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로지 열정만 가지고 달려들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컴퓨터 개발을 위해 전자기술연구소에 부임했지만 전 박사는 일찌감치 네트워크 기술의 중요성을 간파했습니다. 핵심 장비조차 미국에서 가져와야 할 만큼 열악했지만, ‘시스템 개발 네트워크’를 진행시켜 시스템과 인터넷 전용망까지 자체 개발해 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경북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를 연결하는 인터넷 프로토콜 패킷 통신 네트워킹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 구축 국가가 된 쾌거였습니다.

전 박사는 이후 KAIST 전산학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제자 양성에 힘썼습니다. 휴먼컴퓨터 정철 박사, 초대 인터넷기업협회장 허진호 박사, 넥슨 김정주 창업자, ‘바람의 나라’ ‘리니지’ 개발자 송경주 등 대한민국 정보기술(IT)계의 기둥들이 모두 전 박사 연구실 출신입니다.

전 박사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세계 인터넷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전 구글 회장인 빈트 서프나 리눅스 개발자인 리누스 토르발스 등 세계 인터넷 발전에 기여한 인물들이 올라가 있습니다. 한국인으로는 전 박사가 유일합니다.

22일은 정보통신의 날이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하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피플 in 뉴스#전길남 박사#인터넷 강국#한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