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 공백 메우는 시니어 의사들… “의료격차 해소-의사 잡아둘 지원 절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3일 03시 00분


[의료혼란 장기화]
전공의 이탈후 퇴직 의사 파견 늘어
“美처럼 지방병원 연구 특화도 방법”

소의영 전북 군산의료원 외과 과장(70)은 2005∼2010년 아주대의료원장을 지낸 시니어 의사다. 그는 “새 도전을 하겠다”며 올 초 고향인 전북 익산시로 내려가 군산의료원에서 일을 시작했다.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한 명의 도움을 받으며 일주일에 2, 3회 수술을 한다.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이 장기화되고 지역 보건소 등에서 일하던 공중보건의(공보의)가 대형병원으로 파견되면서 정년(만 65세) 후 대형병원을 퇴직한 시니어 의사들이 의료공백을 메우는 지역이 늘고 있다. 정부도 16일 지원센터를 열고 지방 의료기관과 시니어 의사 매칭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아일보와 만난 시니어 의사 4명은 “정년 후 봉사할 곳이 있어 감사하다”면서도 “의료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니어 의사들은 지방에 와서 ‘의료 격차’를 피부로 느끼게 됐다고 했다. 일산차병원 진료부원장을 지낸 신승주 강원 양양보건소장(69)은 양양군수의 ‘러브콜’을 받고 지난해 4월 부임했다. 신 소장은 “양양군에는 시설과 장비가 부족해 신생아를 받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분만은 강릉시의 대학병원으로 연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지역 할머니 중에는 태어나 처음 산부인과 초음파를 해본 분도 있더라”고 했다.

의료 인력이 충분치 않다 보니 여러 과를 동시에 보는 경우도 흔하다. 중앙대병원 외과 과장을 지낸 지경천 강원 정선군립병원장(67)은 지난해 3월 귀향했다. 지 원장은 외과 전문의지만 의료 인력이 부족한 탓에 소아청소년과, 내과 진료도 함께 보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의사들은 “열악한 여건이지만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면서 의료 격차를 줄이는 방안 중 하나로 시니어 의사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국내 뇌졸중 분야 권위자이자 2019년 아산의학상 수상자인 김종성 강릉아산병원 신경과 교수(68)는 “미국 메이오클리닉은 인구 12만 명인 작은 도시에 있지만 뛰어난 연구 능력으로 우수한 인력이 모인다”며 “지방 병원이 연구를 특화할 수 있다면 의사 유출도 막고 의료 격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 과장은 “대형병원만큼은 아니어도 안심하고 일할 만큼 일정 수준의 의료기기와 PA 간호사 등 인력이 있으면 시니어 의사들이 마음 놓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자체에 조언했다.

#지방의료 공백#시니어 의사#의료격차 해소#전공의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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