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는 시간여행의 도시다. 도회지 안에 과거 흔적부터 현재, 훗날 모습까지 모두 담고 있는 유별난 곳이다. 굽이진 골목과 숲길을 산책하면서 100년을 훌쩍 넘긴 근대역사 문화유산을 조우하고, 열차가 오가던 옛 철길에서는 풍미 있는 음식이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활력을 잃어가던 구도심 백운광장도 디지털 미디어아트 중심지로 거듭나며 활기찬 미래를 밝게 비추고 있다.
양림동 근대역사문화 마을
“광주를 즐기려면 양림동부터….”
시민들이 추천하는 관광 1번지이다. ‘양림(楊林)’이라는 동네답게 버드나무가 숲을 이루고 호랑가시나무와 다형 김현승 시인의 작품 모태인 플라타너스까지 더해져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양림동은 광주의 ‘서양촌’으로도 불린다. 근대 신문화 도입 발생지부터 호남 기독교 발흥지, 독립운동 거점 등 근현대사 속에서 펼쳐진 다양한 움직임의 출발점이 된 장소다.
양림동의 근대역사문화는 1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고요한 두메산골이었다. 1904년 이후 미국 남장로 교회 선교사들이 자리 잡으며 잔잔한 파동이 일었다. 선교사들이 세운 양림교회와 수피아 여학교, 제중병원을 비롯해 우일선 선교사 사택, 오웬기념각, 커티스메모리얼홀, 수피아 홀 등 근대 서양식 건물은 원형 보존되고 있다.
양림동에는 근대 건축물과 상대적인 건축 자산도 있다. 이장우, 최승효 전통 가옥이다. 이처럼 근대 건축물과 전통 가옥이 같은 장소에 원형대로 남은 곳은 드물다. 이와 함께 한센병과 결핵 환자의 희망이었던 오방 최흥종 선생 및 여성 운동과 민주·인권 운동에 생을 바친 소심당 조아라 여사는 양림동이 배출한 시대의 선각자다. 이 밖에 펭귄마을도 명성이 자자하다. 무릎이 불편한 어르신께서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마치 펭귄과 흡사해 이름 지어진 동네이다. 주민들은 화재로 방치된 빈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폐기물과 쓰레기로 만든 잡동사니를 골목 벽면에 내걸기 시작했다. 이제는 마을 전체가 전시장과 다름없다. 골목길을 따라 정크아트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관광객 양모 씨(43)는 “양림동에 선교사 사택 등 이국적 풍경이 남아 있어 이채로웠다”고 말했다.
푸른길과 스트리트 푸드존
남구 도심에는 푸른길 공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푸른길 공원은 시민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옛 경전선 폐선 부지에 100만 그루 헌수 운동을 펼쳐 조성됐다. 철길을 따라 울창한 숲이 5㎞가량 늘어선 모습이 장관이다.
푸른길 공원은 주민 휴식 공간으로 큰 사랑을 받는다. 최근에 푸른길 공원을 포함한 백운광장 일대 뉴딜사업 추진으로 특별한 기능이 더해졌다. 휴식처 제공 역할을 뛰어넘어 사람과 문화, 경제까지 아우른 복합 융합 공간이 됐다.
남구청은 백운광장과 푸른길 공원 중심부에 스트리트 푸드존을 만들었다.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맛의 거리다. 푸른길 공원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외식 문화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새 옷을 입혔는데 주말을 이용해 각종 공연과 체험 행사가 열리고 있다.
더불어 스트리트 푸드존 인근에 광주 대표 랜드마크 시설도 들어섰다. 광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중 보행로인 푸른길 브릿지다. 웅장함과 높은 위치에서 바라본 백운광장의 전경이 즐거움을 더한다. 남구청 정문에 설치한 미디어월도 볼거리로 손꼽는다.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은 “양림동 근대역사문화 마을과 먹거리, 볼거리, 최첨단 디지털 예술까지 품은 푸른길 공원에서 시간을 걷는 여행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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