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테이블 손님 대화가 이상해”…7000만원 피해 막은 20대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4월 23일 11시 00분


“불법 웹툰 본 적 없다고요” 전화 통화에 의심

경기남부경찰청 페이스북
경기남부경찰청 페이스북

카페에서 우연히 옆 테이블 손님의 통화 내용을 듣게 된 20대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았다.

23일 경기 성남수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오후 5시경 성남시 수정구의 한 카페에서 A 씨(20대·여성)가 우연히 다른 손님의 통화 내용을 듣게 됐다.

당시 인근 테이블에 앉아 있던 B 씨(20대·여)는 초조한 표정으로 통화하며 “불법 웹툰 본 적 없다고요”라고 대답했다.

계속 통화 내용을 듣던 A 씨는 B 씨가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있음을 직감하고 즉시 카페 밖으로 나와 112에 신고했다.

경찰관이 출동해 확인한 결과 B 씨는 이미 현금 7000만 원을 1만 원권으로 인출한 뒤 종이 상자에 담아 소지하고 있었다.


B 씨가 통화한 상대방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B 씨는 조직원의 지시대로 휴대전화에 원격 조정 앱을 설치하고 있던 터라 신고가 조금만 늦었다면 자칫 큰 피해를 입을 뻔했다.

앞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수사기관’을 사칭해 “당신의 휴면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사용됐다”며 “무죄를 입증하려면 본인 명의 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해 금융감독원에 가져와야 한다”고 속였다.

B 씨는 돈을 전달하기 전 카페에 대기했고, 이때 조직원은 ‘은행 직원’을 사칭해 B 씨에게 다시 전화 했다. 조직원은 “방금 현금을 인출한 은행에서 뭔가 잘못됐고 당신의 휴대전화가 해킹당했다”며 휴대전화에 원격 조정 앱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원은 “불법 웹툰을 본 적은 없느냐”고 캐물었는데, 마침 같은 카페에 있던 A 씨가 그 내용을 들은 것이다.


A 씨는 “계속 통화소리가 들렸다. 듣고 싶어서 들은 건 아니었다”며 “‘불법사이트에서 웹툰 본적 없다’ 이런 소리를 하니 이상했다. 숫자를 계속 부르면서 적는데, 계좌번호 같기도 하고 전화번호 같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제가 잘못 본거면 사과하면 되지만, 정말 보이스피싱이 맞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될 것 같았다. 저도 취준생이라 만 원 이만 원이 소중한데 피해를 막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 씨에게 감사장과 포상금을 전달했다. B 씨도 A 씨에게 소정의 사례금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내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 가져준 시민과 적극적으로 설득해 준 경찰관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부터 ‘평온한 일상 지키기’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시민이나 단체가 범인 검거나 예방, 인명 구호 등에 기여한 사례와 경찰이 현장에서 활약한 사례를 발굴해 알리고 있다. 도움을 준 시민이나 단체에게는 포상해 더 많은 시민이 캠페인에 동참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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