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아투석 환자 절반 이상 서울대병원 찾아
소아투석 환자 진료 중인 병원은 5곳 정도 그쳐
“고난도·고위험·저보상 개선없이 의대증원 반대”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 2명이 최근 사직서를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자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소아청소년 콩팥병센터를 운영하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환자들에게 전원을 안내하는 등 병원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지난달 28일부터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직 희망일이 8월31일로, 믿을 수 있는 소아신장분과 전문의 선생님들께 환자분을 보내드리고자 하오니 희망하시는 병원을 결정해 알려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을 공지하고 있다.
소아신장분과는 체중 35㎏ 미만 만성 콩팥병 환아를 대상으로 투석 치료를 한다. 이들은 “소변검사 이상, 수신증 등으로 내원하시는 환자분들께서는 인근의 종합병원이나 아동병원에서 진료받으시다가 필요 시 큰 병원으로 옮기셔도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러분 곁을 지키지 못하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만성 콩팥병 등으로 투석을 받는 소아 환자는 50~60명 가량이다. 현재 2명인 서울대병원의 소아신장분과 교수들이 절반 이상을 진료하고 있다. 국내에서 소아 전용 투석실을 갖춘 곳은 서울대병원 뿐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신장분과 교수들은 안내문을 통해 서울 강북(3곳)과 강남(3곳), 경기(7곳), 지역병원(9곳) 내 전원이 가능한 병원들을 공지했다. 소아 환자들을 받지 못 한다는 입장을 밝힌 소아 신장 전문의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선천적 장애로 콩팥의 기능이 저하된 소아들이 뇌사자의 콩팥을 이식 받으려면 대개 4년은 대기해야 한다. 콩팥을 이식받을 때까지 1주일에 세 차례 병원을 찾아 4시간씩 혈액 투석을 받거나 매일 집에서 최대 10시간에 달하는 복막 투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소아 투석 환자를 진료 중인 병원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A 교수는 “몸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콩팥(신장)이 망가진 경우 투석기로 노폐물을 빼내주지 않으면 바로 생명이 위태해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소아 투석 환자를 진료 중인 병원은 삼성서울·서울아산·경북대·전남대·제주대 등 5곳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소아 투석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이 적은 것은 소아신장분과는 ‘고난도·고위험·저보상’ 진료 영역이기 때문이다. 소아는 성인보다 체구가 작아 투석이 어려울 뿐 아니라 감염 등 합병증 위험도 높고 소아 전문 인력이나 치료재, 장비를 갖추는 데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적절한 수가 등 보상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B 교수는 “의료개혁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 수립되고 추진돼야 한다”면서 “적절한 의대 정원 책정과 함께 필수의료, 지역의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수립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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