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음반 기획사 하이브가 걸그룹 뉴진스가 소속된 산하 레이블 어도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해외 펀드에 어도어 주식 매각을 검토하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23일 “회사 탈취 기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어도어 측은 “어도어 일부 경영진의 일탈”이라고 반박하면서 양측의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23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최근 하이브에서 어도어 부대표로 이직한 A 씨의 컴퓨터에서 어도어 경영권 변동과 관련된 문건을 최소 3건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3일 작성된 문건에는 ‘외부 투자자 유치 1안, 2안’이라는 항목 아래 ‘G.P는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 ‘하이브는 어떻게 하면 팔 것인가’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G를 싱가포르투자청(GIC), P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작성된 문건에는 ‘목표’라는 항목 아래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 ‘우리를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한다’는 문구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하이브는 어도어가 하이브가 가진 지분 일부를 해외 펀드에 매각하며 독립성 강화를 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사내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어도어 관련 사태에 대해 “회사는 이번 감사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진상을) 확인한 후 조처를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이브는 전날 민희진 어도어 대표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박 대표는 “이번 사안은 회사 탈취 기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사안”이라며 “감사를 통해 (의혹이) 더 규명될 경우 회사는 책임 있는 주체들에게 명확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어도어 측은 감사에서 지적된 해당 문건은 ‘어도어 부대표인 A 씨의 개인 일탈 행동’이라며 민 대표와의 연관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어도어 측은 문제의 핵심은 ‘뉴진스 카피 의혹’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하이브 산하의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이 걸그룹 아일릿을 데뷔시킨 뒤 ‘뉴진스 카피 의혹’이 커지자 뉴진스 멤버의 부모들이 먼저 어도어 측에 이를 문제 삼으며 하이브와의 논의를 통해 해결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어도어는 이달 3일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박 대표에게 이에 대한 문제점과 시정요구서 등을 보냈다. 이러자 하이브는 답변서를 보내며 어도어 측에 뉴진스 멤버 부모들과의 면담 성사를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하이브 측의 답변에 성의가 없다고 느낀 부모들이 이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 이후에 하이브가 22일 감사에 돌입한 것으로 어도어 측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감사 결과와는 별개로 하이브가 기업 규모를 키우며 멀티 레이블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본사와 레이블 간의 갈등과 불신이 증폭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본사의 경영권 범위, 레이블 자체의 창작권 보장 등과 관련해 뚜렷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빅히트뮤직, 플레디스, 빌리프랩, 쏘스뮤직, 어도어, KOZ 등 7개 레이블을 갖고 있고, SM과 JYP도 산하 레이블이 있는 만큼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까지 K팝 산업에서는 주로 ‘톱 다운’ 방식으로 기획사들이 운영되었지만 이제는 독립 레이블처럼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하이브의 집안 싸움에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22일 7.81% 빠졌던 하이브 주가는 23일 1.18% 내려간 21만 원으로 마감했다. 하이브의 시총은 이틀 사이 8539억 원 감소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