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유산 독식’ 막으려 1977년 유류분 도입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6일 03시 00분


[상속 ‘유류분’ 제도 위헌]
가정내 약자였던 여성 보호장치
佛서 첫 제도화, 다른 국가로 확산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배우자나 자녀에게 최소한의 유산을 남기도록 규정한 민법 조항은 1977년 신설됐다. 1955년 민법이 제정될 때는 없었지만 남아 선호 사상으로 아들, 특히 장남에게만 재산을 물려주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배우자나 딸 등 다른 가족이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받게 하기 위해 도입됐다.

가정 내 약자에 속하는 여성이 상속에서 일방적으로 소외되지 않게 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였던 셈이다. 또한 형제자매까지 유류분 권리자로 포함된 것은 도입 당시 ‘가산(家産)’ 관념이 반영된 대가족제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배우자나 딸이 상속에서 소외되는 일은 점차 감소했다.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부양하며 재산을 모으던 1970년대와 달리 최근엔 1인 가정도 급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47년 만에 해당 민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배경이다.

유류분은 프랑스가 사회보장 정책의 하나로 처음 제도화했고, 이후 다른 국가로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프랑스 혁명기 당시 귀족계급인 아버지들의 유언으로부터 개혁적인 청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류분을 강화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현재 프랑스에선 유류분과 피상속인의 유언에 따라 처분되는 자유분을 구분한다. 재산의 증여와 유언의 자유를 유류분과 양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한다는 취지다. 유류분 권리자는 배우자와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와 형제자매까지 직계혈족이라면 촌수에 관계없이 모두 해당된다.

프랑스 유류분은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유입됐다. 한국의 유류분 제도 역시 대륙법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법조계가 보는 이유다. 다만 일본에선 자녀와 배우자, 부모가 유류분 권리자로 인정되지만, 한국과 달리 형제자매는 제외된다.

반면 미국과 영국 등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유류분 제도 없이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유언대로 상속을 집행한다. 피상속인의 의사에 따라 자녀와 배우자 등을 상속으로부터 배제할 수 있기 때문에 유류분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유류분#유산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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