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서 충격패… 축구팬 패닉
공격수 이영준 퇴장에 수적열세… 졸전 끝 승부차기 10-11로 패해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 무산… 축구協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
한국 축구가 인도네시아에 져 올림픽에 못 나가는 참사가 벌어졌다. 한국은 40년 전인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해 본선 진출에 실패했었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한 23세 이하(U-23)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20분간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졌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직전 도쿄 대회까지 세계 최다인 9회 연속으로 출전했다.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해 열린 이번 대회엔 16개국이 참가했는데 1∼3위는 파리 직행 티켓을 차지한다. 4위는 아프리카 기니와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치러 이기면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곧바로 사과했다. 축구협회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것에 대해 축구팬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축구협회에 총괄적 책임이 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A대표팀이 2월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한 데 이어 U-23 대표팀까지 올림픽 출전에 실패해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기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한국의 이번 패배는 국내 축구 팬들에게 패닉에 가까운 충격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은 U-23 대표팀끼리의 5차례 맞대결에서 인도네시아에 5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다. A대표팀은 30승 4무 2패로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한국 축구가 20세 이상 대표팀을 통틀어 인도네시아에 패한 건 49년 만이다. 1975년 A매치 친선경기 2-3 패배가 마지막이다. 26일 현재 인도네시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34위로 한국(23위)보다 111계단 아래다.
이날 한국은 경기 결과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졸전이었다. 전반 15분에 먼저 골을 허용한 한국은 전반 45분 상대 자책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3분 뒤인 전반 추가시간 48분에 수비라인 실수로 실점하며 다시 리드를 내줬다. 후반 39분 정상빈(미네소타)의 골로 2-2를 만들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세를 뒤집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볼 점유율에서도 47% 대 53%로 밀렸고 슈팅 수에선 8-21로 크게 뒤졌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이영준(김천 상무)이 25분 만에 퇴장당하면서 수적으로 열세에 놓인 것도 경기를 꼬이게 했다. 이영준은 몸싸움을 여러 차례 벌이던 상대 중앙수비수의 발목을 밟아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영준은 한국이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기록한 4골 중 3골을 넣은 공격수다. 황 감독도 후반 추가시간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했다. 황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이후 자리가 비어 있는 A대표팀 사령탑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전 패배와 함께 한국 축구의 올림픽 연속 출전 기록을 이어가지 못한 지도자로 이름을 남기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0-1로 패했던 일본은 8강에서 개최국 카타르를 4-2로 꺾고 4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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