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교통 격차 줄이고 철도 지하화해 공간 활용 높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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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인터뷰… 현장 중심 경영 선포하고 조직 개편
지방 광역급행철도 사업 적극 발굴… CTX 속도 내며 충청권 교통 대변화
철도 지하화 위한 용역 작업 진행… 도시 구조 바꿔 균형 발전에 일조
한국 열차 제어시스템 세계서 주목… 시속 1000km ‘하이퍼튜브’ 준비 중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이 29일 대전 동구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우리 자산인 ‘K철도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이 29일 대전 동구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우리 자산인 ‘K철도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권역별 교통 격차를 줄이고, 철도 지하화로 도심 공간 활용성을 높이겠습니다.”

29일 오전 대전역 선로가 훤히 보이는 국가철도공단 집무실에서 만난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공단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04년 1월 설립된 공단은 국가 철도망 구상과 노선 설계·시공, 유지·관리 역세권 개발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이다.

올 2월 취임한 이 이사장은 “업무를 계획하고 결정할 때 가장 큰 기준점은 현장”이라고 했다. 그는 취임식 당일에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의 수서역 공사장으로 달려가 ‘철저한 마무리’를 당부했다. 수서부터 동탄까지 부분 개통한 GTX-A를 2028년에 운정, 삼성역까지 완전하게 연결한 이후 GTX-B(송도∼서울역)와 GTX-C(덕정∼삼성)를 순차적으로 개통하는 게 목표다.

지방권 광역급행철도(x-TX) 역시 함께 추진해 안전하고 빠른 철도망이 국토 구석구석에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전라선 등 기존의 철도 노선을 고속화해 운행 시간을 대폭 줄이고, 도심 속 철도망을 땅 밑으로 끌어들여 공간을 효율적으로 짤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 지역을 잇는 촘촘한 끈 GTX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경기 화성시 동탄역을 잇는 GTX-A는 3월 30일 개통했다. 버스로 약 80분 걸렸던 39.7km 거리를 20분 만에 주파한다. 운행 시간을 1시간 가까이 확 줄인 셈이다. 이 이사장은 “취임 이후 일주일에 2, 3일은 GTX-A 현장을 찾았다”며 “출퇴근에 하루 3시간 이상 써야 하는 수도권 시민들의 사회적 낭비를 줄인 게 GTX”라고 평가했다. 그는 예상했던 수요보다 이용객이 적은 것에 대해서는 “부분 개통이다 보니 이용자가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운정, 삼성이 연결돼 완전히 개통되면 이용자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를 시작으로 한 지방권 광역급행철도 사업 역시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그는 “충청권은 지방권 광역급행철도 사업 중 가장 앞서가는 곳이다. 대전 세종 청주를 30분 생활권으로 묶어 충청권 교통에 대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계획에 맞춰 제때 사업을 마치기 위해 조직도 과감하게 개편했다. 이 이사장은 취임 후 현장 중심 경영을 선포하고 현장, 지원, 감독 등 3가지로 분류해 조직을 새로 짰다. 그는 “현장에 전폭적인 권한을 주고 그 외 조직은 현장을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정원 내에서 본부 인력을 줄이고 현장 인력을 늘렸다. 건설, 설계, 통신 등 각자 나뉘었던 조직을 하나로 뭉쳐 일 처리 시간을 줄였다”고 했다.

● 철도 지하화로 도시 구조 활력

이 이사장은 철도 지하화 사업은 단순히 땅 위에 있는 철도시설을 땅 밑으로 넣는 게 아니라 도시 구조를 재편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역 건물이나 선로가 사라진 공간에만 개발하는 게 아니라 철도 시설로 발전이 막혔던 주변 지역을 종합적으로 재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공단은 현재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이사장은 “9월까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아 선도사업지구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그는 “국가철도공단법에 따르면 철도시설 건설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며 “필요한 예산을 미리 확보해 철도 지하화를 하고, 이후 새로 생긴 공간에서 나오는 개발수익으로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공단은 2021년 2조5300억 원, 2022년 1조7300억 원, 2023년 1조9600억 원어치 채권을 발행했다. 이 이사장은 “철도 지하화는 도시계획 전문가나 도심 공간구조 연구원 등도 관심이 큰 사업”이라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도심 균형 발전의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세계 철도망 짜는 K철도 기술


공단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다져온 철도 기술을 확장해 더 빠르고 안전한 철도망을 널리 구축하고 시속 1000km에 달하는 차세대 열차인 ‘하이퍼튜브’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연구와 개발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혁신으로 안전하고 빠른 철도 체계를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KTX 등 고속철도망을 늘리고 전라선과 같이 고속화가 안 된 오래된 노선을 개량하겠다”고 했다.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기술을 토대로 세계 철도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공단은 2022년에 98억 원 규모의 모로코 고속철도(누아서∼마라케시) 구간 설계 용역, 지난해에는 432억 원 규모 폴란드 고속철도(카토비체∼오스트라바) 구간 설계 용역에 참여했다. 그는 “K철도라는 브랜드는 우리의 자산”이라며 “그동안 철도 신호 체계는 유럽이 독점해 왔지만, 우리가 개발한 한국형 열차 제어 시스템(KTCS)이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최근 GTX-A 개통식에 참석한 아랍에미리트 국영철도회사 에티하드레일 관계자는 한국형 열차 제어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며 직접 열차에 타 보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철도 문화사업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그는 “철도 고속화 사업으로 폐선이 된 부지가 많은데 관광열차, 자전거 길, 레일바이크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국민은 철도 문화를 만끽하고, 지역 경제에 보탬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 교통 격차#철도 지하화#공간 활용#이성해#국가철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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