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의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이 어린이날 연휴 경찰서 지구대에 과자와 라면 등이 담긴 상자와 천원짜리 지폐 30장이 든 편지봉투를 전달하고 사라졌다. 이 남성은 어려운 아이 가정에 전달해달라며 폐지를 팔아 모은 돈으로 기부품을 마련했다고 한다.
6일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0분경 5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커다란 종이 상자를 지구대에서 약 5m 떨어진 인도에 놓고 황급히 사라졌다. 상자에는 “어려운 아이 가정에 전달됐으면 합니다. 세 아이 아빠 올림”이라고 적힌 하얀색 편지봉투와 아동용 상의 1개, 과자, 라면 등이 담겨 있었다. 봉투에는 낡은 1000원짜리 지폐 30장과 자필 편지가 들어 있었다.
이 남성은 편지에서 장애 3급을 앓는 첫째 등 3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라고 소개했다. 가족들이 기초생활보장 수급 지원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폐지를 팔아 모은 돈으로 옷과 과자, 현금 등을 마련했다”며 “한 달 동안 땀 흘리며 노력했는데 많이 (기부하지) 못해 미안하다. 적은 금액이라도 받아 달라. 꼬깃꼬깃한 지폐를 다리미로 한 장씩 폈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어린이날 어려운 아이 가정에 상자가 전달되면 좋겠다”며 “아동이 옷과 과자를 마음 들어 하면 좋겠고, 적은 현금으로 피자라도 맛있게 먹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남성의 인상착의를 확인한 지구대 직원들은 이 남성이 지난해 10월에도 목욕탕 화재를 수습하다가 다친 소방관과 경찰관을 위해 써달라며 지폐 4만5000원과 자필 편지가 든 상자를 놓고 간 남성과 동일 인물이었다는 걸 확인하고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정학섭 덕천지구대 순찰팀장은 “어린이날을 맞아 상자를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에 두고 가려고 하다가 휴일이라 지구대에 가져온 것 같다”며 “어려운 아동에게 이 상자가 전달될 수 있도록 행정복지센터에 상자를 넘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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