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옥상서 서성” 신고… 현장체포
경찰 “의대생, 피해자와 연인관계”
강남역 인질극 이틀만에 또 발생
여성 “나도 당할지도” 불안감 호소
서울 강남에 있는 건물 옥상에서 또래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명문대 의대생이 6일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최근 강남역 일대에서 여성을 인질로 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여성 대상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일상에서 언제 어떻게 당할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 수능 만점 의대생, 강남서 연인 살인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초경찰서는 전날 오후 5시경 한 20대 남성이 옥상 난간 인근을 서성거리고 있다’는 112신고를 받았다. 투신자살이 우려된다는 주민 신고였다. 출동한 경찰은 한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해당 남성을 구조했다. 이후 이 남성은 “약이 든 가방을 옥상에 두고 왔다”고 경찰에게 말했고, 현장 확인 과정에서 경찰은 흉기에 찔려 쓰러진 채 사망한 20대 여성을 발견했다. 경찰은 즉시 해당 남성을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체포된 남성은 서울의 명문대 의대생이며,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과는 연인 관계였다. 범행 두 시간 전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산 뒤 피해 여성을 과거 데이트를 하던 건물로 불러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여성의 이별 통보가 범행 동기인 것 같다”고 밝혔다. 여성이 살해된 장소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 9번 출구에서 50m 남짓 거리에 있는 건물 옥상이다. 평소에는 건물 상주 인원은 물론이고 외부인들까지 자유롭게 드나들었다고 한다. 어린이날 대체공휴일이었던 범행 당일 건물에 상주한 병원 대다수가 운영하지 않아 평소처럼 출근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누구나 접근이 가능했던 것. 건물 내 한 병원에서 근무 중인 30대 여성은 “매일 드나들던 곳에서 살인이 발생했다는 게 소름 끼친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여성 대상 강력범죄는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2021년 기준 여성폭력 중 신체적 폭력 가해자의 46.8%는 폭행 당시 배우자로 나타났다. 연인 관계인 가해자는 9.6%이며, 과거 사귀었으나 헤어진 인물의 비율도 5.2%였다. 여성 대상 강력범죄가 매년 반복되자 국회는 데이트 폭력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지금까지 계류 중이다.
● 공원, 광장까지…일상 파고든 여성 폭력
올해 서울 도심 내에서 여성 대상 강력범죄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이틀 전인 4일 강남역의 한 생활용품점에서는 4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붙잡아 인질극을 벌이다가 약 30분 만에 체포됐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공원에서는 1일 서대문구 소속 공무직 근로자인 한 40대 남성 직원이 술에 취한 채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여대생의 뺨을 수차례 폭행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 30대 남성이 길을 걷던 여성의 다리를 걷어찬 뒤 여성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성들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원 이모 씨(27)는 “지난해 5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같은 해 8월 신림동 등산로 살인 사건이 발생한 후 정부가 치안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한풀 꺾인 2022년부터 강력범죄는 다시 늘어나고 있다. 대검찰청 ‘2023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강력범죄(살인·강도·방화·성폭력) 발생비는 2022년 기준 85.8명으로,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63.3명) 대비 20명 넘게 증가했다. 이 중 여성 피해자의 비율은 2022년 기준 74.2%로, 2020년 이후 3년 연속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사회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며, 특히 젊은 여성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졌다”면서 “신체적으로 제압이 쉬운 상대를 고르다 보니 여성이 타깃이 되고 있다. 여성 대상 강력범죄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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