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걷기 했나요” 동네병원이 당뇨-혈압 ‘케어플랜’ 짜고 관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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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헬스쇼]
포스트 코로나, 만성질환과의 전쟁
복지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동네병원서 진료-생활습관 케어
포인트 지급으로 목표달성 독려… 보건소는 주민 걷기클럽 운영도

3일 서울 도봉구 동동가정의학과의원에서 백재욱 원장(오른쪽)이 김응수 씨(61)에게 당뇨 관리 교육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통해 이 병원에서 진료와 약 처방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3일 서울 도봉구 동동가정의학과의원에서 백재욱 원장(오른쪽)이 김응수 씨(61)에게 당뇨 관리 교육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통해 이 병원에서 진료와 약 처방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당화혈색소 수치가 7.0%입니다. 지난 검사에선 6%대였는데….”

3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동동가정의학과의원. 진료실에 앉은 백재욱 원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홍수 씨(61)에게 말했다. 모니터엔 지난 1년 동안 김 씨의 혈당 및 혈압 등의 검사 수치가 빼곡하게 나타나 있었다. 김 씨는 멋쩍은 듯 “1시간 전에 핫도그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보건복지부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김 씨는 당뇨와 고혈압을 이 병원에서 관리받고 있다. 자택에서 원할 때마다 혈당과 혈압을 측정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에 입력하면 병원에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매달 한 차례 병원에 와 진료를 받으면 되는데 중간중간 간호사가 전화해 약 복용 및 운동 여부 등을 점검한다. 백 원장은 “짧은 병원 진료만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할 순 없다”며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도록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하루 운동량 확인하며 만성질환자 관리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0세 이상 고혈압 환자는 약 1200만 명, 당뇨 환자는 약 600만 명에 달한다. 30대 중 고혈압 환자 비율이 10%에 달할 정도로 ‘젊은 만성질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평소 고혈압을 제대로 관리하는 환자는 51.5%, 당뇨 증상을 잘 조절하는 환자는 24.4%에 그친다.

만성질환자 중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한 데다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 등이 겹치면서 상태가 악화된 경우가 적지 않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지난해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신체 활동은 개선됐지만 음주가 증가했고 만성질환은 여전히 코로나19 유행 전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청장년층의 건강 위험요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복지부는 동네 병원이 진료와 약 처방에 그치지 않고 식사와 운동을 포함한 ‘케어플랜’을 짜고 생활습관 전반을 관리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의사는 환자의 관절 상태와 생활 환경까지 고려해 ‘중랑천 하루 30분 걷기’나 ‘시장 3회 다녀오기’ 등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짜준다. 또 환자가 걷기 목표량 달성 등의 계획을 실천하면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최대 연 8만 원어치까지 준다.

올 2월 말 기준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109곳에서 의사 3554명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관리를 받은 만성질환자는 누적으로 65만7000여 명에 달한다. 정부는 올 하반기(7∼12월) 사업을 시군구 전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 이웃과 함께 걸으며 만성질환 예방

지난달 30일 서울 중랑구 봉화산동행길에서 ‘중랑구 걷기 클럽’ 회원들이 걷고 있다. 이들은 매주 2회 걸으며 만성질환을 예방한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 중랑구 봉화산동행길에서 ‘중랑구 걷기 클럽’ 회원들이 걷고 있다. 이들은 매주 2회 걸으며 만성질환을 예방한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지방자치단체 보건소에서도 만성질환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서울 중랑구 봉화산동행길 입구에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주민 30여 명이 모였다. 2018년부터 서울 중랑구 보건소가 운영 중인 ‘걷기 클럽’ 멤버들이다. 회원 200여 명은 6개 그룹으로 나뉘어 매주 2회, 한 번에 1시간 반씩 걸으며 만성질환을 예방한다. 이날 모임엔 치매를 앓는 남편과 함께 나온 60대 여성과 체중 관리를 위해 나온 20대 남성 등이 참여했다.

걷기 클럽의 그룹 리더인 이아림 씨(48·여)는 걷기를 통해 온몸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희귀질환인 베체트병을 극복했다. 이 씨는 “걷기 클럽에 참여하기 전에는 10분도 서 있지 못했는데 지금은 1시간 반 동안 걸은 후에 하루 일정을 3, 4개씩 소화해도 거뜬하다”고 말했다. 최경필 서울 중랑구보건소 주무관은 “걷기를 통해 면역력 향상 및 만성질환 관리 효과는 물론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받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 “같은 성분의 약, 중복 복용 없는지 상담을”

만성질환자 중 상당수는 약을 장기간 복용한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느라 복용하는 약이 10개가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처럼 매일 먹는 약이 10가지가 넘는 ‘다제약물 복용자’가 전국적으로 129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 여러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다 보니 같은 성분의 약을 중복 복용하거나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을 같이 복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건보공단은 이런 만성질환자들을 위해 2018년부터 환자가 신청하면 약사가 복용 중인 약을 확인해 불필요한 약을 빼고 의사와 협의해 처방을 조정하는 ‘다제약물 관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퇴원한 후에도 전화 상담을 통해 올바른 약 복용을 지도한다. 이 사업에 참여한 김명래 고려대 구로병원 책임약사는 “만성질환자들은 진통제를 중복 복용해 위장 출혈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이를 치료하려고 또 다른 약을 복용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포스트 코로나#만성질환#동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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